■ 창간 32 주년 특집 - 생산방식의 혁신

국내 건설에 공장생산 현장조립 방식은 1960년대 초 대한주택공사가 도입한 PC(Precast Concrete) 공법에서 시작했다.

PC공법은 현장에서 시공되던 철근콘크리트 구조체를 분할해 공장에서 제작하고 현장에 반입해 조립하는 공법이다. 균일한 품질을 보장하고, 공사기간 단축과 공사비 절감이 가능하며, 시공 안정성 향상, 폐기물과 주변 민원의 최소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국내에선 1기 신도시에 200만호 주택건설 붐과 함께 PC 시장이 정점을 찍었고 이제야 침체기를 벗어난 상황이다. 최근엔 한화건설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 현대건설이 남극 장보고기지 건설에 PC공법을 적용했다.

◇“하드웨어는 왔지만 소프트웨어는 오지 않았다”=PC공법은 1980년대 후반 수도권 1기 신도시 200만호를 건설하면서 그 활용이 대폭 확대됐다. 당시 건설업계와 정부는 중동건설시장에서 간접 경험한 유럽의 PC공법이 대량 주택공급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이에 정부는 PC공장 설립 시 장기융자 혜택을 줬고, 대형건설사들은 앞다퉈 PC공장을 설립하고 아파트 공사에 적용했다. 하지만 대량 공급된 아파트에서 각종 문제가 드러나며 PC공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졌고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 PC 시장은 사양길로 접어든다.

◇㈜KC산업의 송파나들목 방음벽 기초공사 모습.

PC업계 관계자들은 “제작공장(하드웨어)은 단시간에 배울 수 있었지만 설계나 시공노하우(소프트웨어)는 배우지 못해 토착화하지 못한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예를 들어, 서양에선 집안에서 물 쓰는 장소가 욕조, 세탁기 등 한정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화장실 전체, 발코니 전체, 계단실 등에 물을 뿌려가며 사용 및 청소한다. 공법 도입 초기에 이런 차이를 알지 못한 채 외국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여러 아파트에서 방수 문제가 발생했다.

◇18→7→40=1990년대 초 정부정책과 맞물려 전국에 18개의 PC공장이 설립돼 아파트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후 급격한 PC 확산의 부작용과 초고층 아파트 건설 등 시장 환경의 변화로 조립식 공법의 물량이 감소됐고 PC업체 수 역시 줄었다. 2000년대 초에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했던 PC업체들이 사라지고 그 외 PC부재를 생산하는 7~8개 업체만 있었다.

최근엔 다시 40개로 업체수가 늘었지만 과거 현대, 삼성 등이 PC공장을 운영하던 것에 비해 업체 규모가 작아졌다.

1990년대 주로 아파트 부재를 만들어내던 PC업체들은 2000년 이후 좀 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PC가 주로 활용되는 건축물은 지하주차장과 옥상조형물, 유통매장, 창고, 반도체공장, 옹벽, 암거, 공동구, 터널 세그먼트, 경기장 등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은 공동주택의 지하주차장에 대부분 PC 복합화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지하주차장을 PC로 할 경우 기존 RC(Reinforced Concrete) 공법 대비 공기가 30~40% 단축되고, 노무비와 간접비까지 고려할 경우 경제성도 확보된다는 게 PC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물류창고와 반도체 공장에도 활용이 늘고 있다. 두 장소의 공통점은 대공간이 필요하다는 점, 미세한 진동도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밖에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PC건축물로는 이케아와 코스트코 등 쇼핑몰과 운동경기장 관중석 등이 있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골조도 PC로 제작됐다.

◇PC공법 확산 전망은?=주요 대형건설사들은 대부분 PC공법을 적용해 보았거나 적용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PC업체들도 다양한 형태의 PC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상섭 연구위원은 “PC의 품질은 RC공법보다 높은 편이고, 품질 신뢰도가 다시 높아지면 활용이 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30여년간 PC업체를 이끌어온 동서PCC㈜ 정장원 대표는 “최근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이나 청년인력 부족문제 등이 심각해질수록 PC공법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고, PC업체들도 제품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부분에서 PC제품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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