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을 끌어 오던 건설업역 개편 논의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노사정 선언식’으로 일단 매듭지어졌다.

유예기간을 두기는 했지만 종합과 전문 건설업계는 서로 상대 업역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놓는데 합의했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개정안이 윤관석 의원 발의로 입법예고 되는 등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과 종합으로 나뉜 건설생산주체들은 지난 40여 년 간 자신들만의 영역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자신의 영역에 진출하게 되면 경쟁 격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현상들로 인해 자신의 위치와 미래가 불안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9월 국토연구원에서 생산체계 개편방안을 내놓자 전문건설업계서는 그 안대로 갈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종합건설업계 역시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국토부와 양 업계는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타협안을 모색해왔고 그 결과 지난달 국토부 장관과 양 업계 수장이 함께한 카타르 출장지에서 최종 합의가 도출됐다. 어느 쪽에 더 유리한지는 함부로 예단할 수 없지만 영세 전문건설업체들을 배려한 몇 가지 안전장치 등이 반영된 합의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제 생산체계 개편작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제도 개선을 전제로 마련된 개선방안을 법령과 하위 규정에 여하히 잘 반영시키는 작업이 남았다. 이 작업에서 당국자가 명심해야 할 사항은 영세전문건설업체들이 업역 개편에 따른 타격으로 설자리를 잃고 도태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약자인 전문건설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온갖 두려움을 감내하며 자신들의 영역을 개방했다. 기존의 안전망들을 거두어들이고 강자(종합건설업체)와의 무한경쟁 시장에 떼밀려 나온 것이다. 때문에 지금부터야말로 전문건설업체들을 배려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전문건설업체의 종합건설 시장 진출이 구두선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종전에도 부대입찰제와 현행 주계약자공동도급제 같은 정책들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이면에는 입찰 및 공사 집행 과정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발주자가 제도 적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거 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당국자들은 세부 개편작업에서 전문업체들을 최대한 고려한 정책적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편 안이 종전의 건설산업 선진화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급하게 서둘러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과거 선진화방안은 업역 개편 완성기한을 10여년으로 잡아 업역 개편에 따른 전문건설업계의 충격을 가능한 완화하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그 기한을 절반이하로 대폭 단축시켰다. 그만큼 전문건설업계에 미칠 영향도 클 수 있다는 점 또한 국토부를 비롯한 당국자들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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