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위반 건설업체의
80% 이상이 중견건설사들이다
이들의 갑질은 상습·악질적이고
유형도 훨씬 다양하다
이를 막기 위한 공정위의 
더 적극적인 법집행이 절실하다”

2018년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GS건설, 롯데건설, 대림산업 등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갑질의 내용으로는 국방부로부터 노무비 100%를 받고도 이를 은폐한 채 하도급입찰을 실시했거나 신공법을 약속하고도 재래식 공법을 강요하거나 변경계약서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강제타절 하거나 그 외 하도급대금을 미지급하거나 부당감액 하는 등 그간 계속돼 온 전형적인 것들이었다.

건설현장에서 갑질현상이 더 심각한 것은 중견건설업체들이다. 이들 중견건설업체들의 갑질은 대형건설업체보다 더 악질적이고 유형도 다양하다. 이들 중견건설업체들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당국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아니 의식조차 하지 않고 전횡을 일삼는다고 한다.

최근에도 우미건설의 어음할인료 미지급, 태성공영의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화산건설의 하도급대금 미증액 등은 하도급법 위반사례의 집합체이자 갑질의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이처럼 하도급법 위반 건설업체의 80% 이상이 이들 중견건설업체들에 의해서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라 법집행당국으로서는 대형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운용의 축을 이들 중견건설업체 쪽으로 속히 옮겨야 할 것이다. 대형건설업체와 달리 중견건설업체의 하도급업체는 더 영세하고 열악해 쉽게 갑질에 노출되고 개별 업체가 당하는 피해도 막바로 파산, 폐업 등 막심하다.

중견건설업체들의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가격 위주의 저가입찰제도, 최저임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등 원가상승의 신속한 반영의 어러움, 발주처 횡포에 대한 규제미비로 인한 거래단계별 연쇄작용, 제재조치 수준의 경미함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있겠지만 하도급사건을 많이 처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공정위의 법집행 태도에 기인하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공정위는 행정부 소속으로 행정기관이다. 신분도 행정공무원이다. 행정공무원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입법된 법률의 집행을 담당한다. 하도급법은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무원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갑질을 당하지 않도록 하거나 갑질을 당할 경우 이를 즉시 시정시켜 나가야 한다. 물론 법률의 집행이므로 법적 요건이나 사실확인 절차를 거쳐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 법원 판사에 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그렇게 할 것이면 공정위를 굳이 행정부에 소속시킬 필요가 없거나 아예 폐지하고 사법적 기관에 이관시키면 되는 것이다.

작금의 법집행 실태를 보면 공정위 공무원들이 법원보다도 더 엄격하게 증거자료를 요구하고 증명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공정위 소속 공무원이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상당수가 법원 판사보다 때로는 더 심하게 입증책임의 원리에 입각하려는 것 같아 허탈함을 가질 때가 많다.

준사법적 합의제 행정기관이긴 하나 본질은 행정기관이지 사법기관이 될 수는 없다. 증거자료 없이 임의로 행정처분을 할 경우 법원에서 취소될 수 있으므로 엄격히 증거에 의할 수밖에 없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행정공무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본다.

함부로 행정처분을 남발한다는 것과 설사 경우에 따라서는 법원에 의해 취소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의 확립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도급업체의 편에서 힘을 보태어주는 것과는 본질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돼야만 기관의 설립목적과 정책효과 달성, 하도급업체의 보호와 국민의 신뢰 확보가 수반될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지속되는 갑질이 근절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또한 가져볼 수 있다. 

필자는 전속고발권과 관련해 공정위에 힘을 실어달라고 어느 중소기업 단체 간부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더 이상 공정위를 믿지 않습니다. 차라리 검찰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충격적인 답변을 듣고 고개를 떨군 적이 있다.

입법목적과 정책목표를 달성한다는 신념하에 설사 법원 패소판결을 각오하는 심정으로 하도급업체의 입장에서 보다 더 적극적인 법집행을 간절히 기원해본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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