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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경제, 몰라요”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승인 2018.11.2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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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몰라요”는 하일성 야구해설가가 남긴 유명한 어록이다. 야구는 결코 예측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수십년간 현장에서 수많은 야구경기를 지켜본 전문가의 통찰은 이랬다. 선수의 심리와 컨디션, 경기장 사정, 팀 분위기, 관중들의 반응, 날씨 등 야구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너무 많다.

경제도 야구만큼 어렵다. 경제는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어렵다. 경제현상은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법칙을 따른다.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세테리스 파리부스’다. 세테리스 파리부스란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뜻이다. 즉 어느 한 조건이라도 달라지면 수요공급법칙은 맞지 않는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무수히 많은 완전경쟁시장이 아니거나 심리에 영향을 받는 비합리적인 사람들이 시장에 참가한 경우, 혹은 공권력이 개입한 경우 수요공급법칙은 번번히 빗나간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올 초만 해도 연말 국제유가는 80달러선은 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금 유가는 50달러로 급락했다. 지난해 말 증권가에서는 올해 주가를 3000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 주가는 2000도 턱걸이다.

“내년 집값 어떻게 될까요?” 연말로 다가오니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많다. 명색이 경제부 기자이니 경제흐름을 그래도 가장 잘 알지 않겠느냐는 믿음에서 나온 질문이겠지만, 이럴 때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경제부 기자생활을 처음할 때는 안 그랬다. 주워들은 게 많다 보니 나름 으쓱해하며 전망이라는 것을 해줬다. 정부의 부동산에 대한 시각은 어떻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어떠하며, 내년 경기는 어떠할 것이니 이를 종합하면 부동산이 강세를 보일 것 같다거나 혹은 약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이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보니 이런 전망을 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느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부동산은 매번 내 예측을 크게 벗어났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이렇게 급등 장세가 벌어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지난해까지 이미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올해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 3~6월의 서울 집값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다. 서울집 치고 1억원 오르지 않은 집이 있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승세가 거셌다. 결국 정부는 고강도 대책인 9·13 대책을 내놨고, 그제서야 서울 집값은 상승세를 멈췄다.

내년은 어떨까.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어줄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경기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거세게 오른 집값 피로감도 있다. 미국 금리인상을 따라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릴 것 같다. 이것 저것을 다 따져보면 부동산은 잘해야 보합이거나 약세로 추정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돼 경기가 반등하고,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지연시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폐기가 가속도를 밟으면서 남북경협이 빠른 속도로 진척이 되고, 덩달아 경의선이 지나가는 용산개발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부동산뿐 아니다. 성장률, 산업별, 주가, 소비 등 연말이 되니 수많은 전망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이다. 기업들이 역대 최고 영업이익률을 낸 2017년도 당초에는 경제위기설이 나왔던 해였다. 반도체 착시를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인 경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단언컨대 경제, 모른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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