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개혁의 초점은 단연 ‘경제민주화’였다. 성장만 강조하는 경제정책이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면서, 상생협력과 공생을 최대 가치로 하는 경제민주화만이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정책방향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9일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경제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다. 함께 이룬 결과물들이 대기업 집단에 집중됐고, 중소기업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신속한 입법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강력하게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건설 분야에서는 경제민주화의 길이 아직 요원하다. 갑의 지위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종합건설업체들이 경제적 약자인 수급사업자에게 수탈에 가까운 ‘갑질’을 하는 것이 이미 고착화 돼 있고, 이런 갑의 횡포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교묘하게 변형해 사용하거나, 부당특약을 사용하는 형태로 점차 진화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17년 하도급거래공정화 종합대책’을 보면 최근 5년간 갑질로 하도급법을 위반하더라도 당국의 제재는 93.4%가 경고나 단순 시정명령에 그쳤다.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비율은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계약서 변형사용, 원사업자의 일방적인 계약서 사용, 계약서 미교부 등 변칙적인 사용을 포함한 수치다. 비슷한 시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변칙적인 사용률을 제외한 표준하도급계약서 실제사용률은 61.9%에 불과했다.

이는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근본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지 않고, 단순히 당국의 행정처분에 기대어 갑의 횡포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건설 분야에서 진정한 민주화로 가는 첫 번째 단추는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는데 있고, 두 번째 단추는 갑이 을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부당한 특약을 원천무효화 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강력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마지막 단추를 채워야 한다.

혹자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거나 부당한 특약을 원천 무효화 하는 것은 사적자치에 의한 계약자유원칙을 침해한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런 반론에는 큰 모순이 존재하는데, 하도급계약 체결단계에 있어서 수급사업자는 절대로 계약조건을 결정할 만한 지위에 있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건설 산업에 있어서 약자인 수급사업자를 위한 경제민주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일한 만큼만 제대로 보상받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공정경제이자 경제민주화다. 그리고 경제민주화의 실행 방법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에 본 의원은 경제민주화의 실천을 위해 표준하도급계약서 의무사용, 부당한 특약 원천무효, 표준하도급계약서 미사용시 과태료 부과를 골자로 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9월 대표발의 했다. 이 개정법률안이 조속히 시행돼 그동안 원사업자들의 부당한 횡포에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던 수급사업자들이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는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 서울 노원구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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