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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삼청동 상권’ 추락이 던진 숙제
  •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 승인 2018.12.1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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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온 가족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나들이에 나섰다. 항상 바쁘고, 불시에 바쁘고, 사람들 만나느라 바쁜 직업을 가진 숙명을 만회하기 위해 주말이라도 가족과 함께 오롯이 하고 싶었다.

해가 져 어둑해진 오후 6시쯤 삼청동에 도착했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쇼핑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왠지 예전처럼 삼청동 특유의 활기참과 북적임, 그 속에서 누리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누린다는 감이 오지 않았다.

느낌이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니 너무나도 침체한 삼청동 상권이 원인이었다. 삼청동 상권이 어떤 상권인가.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의 나들이 1순위 장소이자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필수로 꼽는 관광지다. 대한민국의 전통과 현재를 한 번에 감상하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보니 인파가 항상 북적이는 상징성이 큰 장소다. 이런 장소면 상인들의 얼굴에서 활기가 넘쳐야 하는 게 당연지사. 그러나 느리지만 묵직하게 하강하는 경기와 지속적인 사드 여파 탓인지 서너 가게 걸러 빈 가게가 보였고, ‘무권리금 점포’도 여럿 보였다.

아내가 자주 가는 옷가게는 매출 감소와 월 800만원인 임대료 부담에 인사동에 소재한 가게와 통합하게 돼 내년 초 인사동으로 이전한다. 이 가게 직원은 ‘중국 관광객들이 쏟아질 때 한 번에 수백만원어치의 옷을 사 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꿈도 꿀 수 없다”며 잘 나가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심지어 어디서나 최강의 생존력을 인정받는 편의점 한 곳도 폐업했다.

양적 침체뿐만 아니라 질적 침체도 심각했다. 소비가 줄다 보니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가는 물건을 파는 가게보다는 보세옷과, 저렴한 화장품, 간식 등의 먹을거리 업종만 간신히 명맥을 지키고 있었다.

압권은 종로 마을버스 11번 정류장의 암울한 이미지. 오후 7시50분쯤 서울역에 가려고 정류장 앞에 섰는데 바로 뒤 액세서리 가게와 바로 옆 조그만 가게가 폐업하고 주변에 문을 연 상점이 별로 없어 어두컴컴했다. 삼청동 마니아인 아내는 “삼청동에 온 경험 중에 이렇게 암울하고 불안한 느낌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삼청동의 우울한 현재 모습은 우울한 대한민국 미래의 전조 같았다. 통계청장이 완곡한 어법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지난해 2분기부터 침체기에 진입했음을 인정했고 주변에서는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는 말들만 들려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하는 올해 3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는 67.41로 2분기 연속 하락했다. 자영업의 대명사인 치킨 전문점 3분기 지수는 65.85로, 2분기 77.26에서 11.41포인트 급락했다. 

일부에서 주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 인상을 내수 침체 원인으로 내놓지만 한계에 달한 경제 성장과 과중한 가계부채가 근본 원인이라는 걸, 그리고 현 경제 구조를 개선하기가 지난하다는 걸 대부분의 시민들도 안다.

경제 원로인 최광 전 복지부 장관은 최근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운명 직전의 중환자”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의 판단이 100%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가 한없이 위축되는 한국경제의 상징적 장소를 보며  ‘미래는 과연 나아질까’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zy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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