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기간을 이용한 초중고등학교의 석면제거 공사는 학교보건과 안전을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공사 후 개학을 연기하거나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석면제거에 필요한 비닐 보양작업까지 마무리한 상태에서 공사 자체를 중단한 학교도 있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악성중피종, 원발성 폐암, 석면폐증의 원인이 된다. 우리 아이들과 교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하루 빨리 학교건물의 석면을 제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7년까지 ‘무석면 학교’를 만들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연간 3047억원씩 총 3조475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석면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조달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 여름방학 때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완료한 614개교 중 석면해체·제거업체 안전성 평가 A등급 이상(‘우수’와 ‘매우 우수’ 등급) 업체가 공사를 진행한 학교는 74개교에 불과했다. 전체의 12% 수준이다. B등급(보통 등급) 업체가 시공한 학교도 122개교뿐이다.

나머지 학교는 모두 C등급 이하(‘미흡’과 ‘매우 미흡’ 등급) 업체가 시공한 것이다. 3년 연속 D등급(매우 미흡)’을 받은 업체가 6개 학교를 공사하고,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업체가 공사한 학교도 18개에 달한다. 등급이 만료된 업체가 시공한 학교도 28개나 됐으며, 40% 이상인 250개교는 아예 평가를 받지 않은 ‘미평가’ 업체에 의해 공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학교 석면제거는 특성상 방학기간에 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전국 1만2000개교 이상이 석면 공사를 해야 한다. 앞으로 2027년까지 매 방학 동안 평균 600개교에서 공사를 해야만 가능한 계획이다.

이처럼 제한된 일정 속에서 공사를 마무리하려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업체까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시간표도 빠듯한 상황에서 일부 교육청은 2022년까지 공사를 모두 마무리하겠다며 ‘속도전’까지 벌이고 있다.

현행 입찰방식 또한 문제다. 업체의 안전성 평가 결과가 입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더 큰 부실 가능성을 만든다. 2027년까지 서둘러 모든 학교 건물의 석면을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거시적 목표와 세부 가이드라인 강화를 통해 모두가 안전하고 만족할 수 있는 공사를 시행해야한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미시적 목표가 서로 엇박자를 내는 것이다.

현재 석면을 함유하고 있는 절대 다수 학교건물의 위해성이 ‘낮음’ 등급으로 평가된다. 미국 환경청(EPA)이나 우리 환경부는 ‘낮음’ 등급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제거보다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해법은 2027년까지 모든 학교를 무석면 학교로 만들겠다는 ‘수치’에 집착하기보다 학교별 석면 상태를 고려해 위험성이 높은 학교부터, 그리고 검증된 업체에 의해 공사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석면 제거 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업체 설립을 허가나 인가제로 전환하고 부실 업체에 대한 퇴출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다. 

더디더라도 제대로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가 안전을 뛰어넘으면 정책목표는 무의미해진다. 더구나 이것은 석면문제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제사법위, 서울 강서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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