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발주처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은 전문건설업자로서는 피하고 싶은 처분입니다. 관급공사 비중이 높은 건설사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은 영업정지 처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다루는 사건에서, 원고 회사는 한국수력원자력에 발전설비부품을 납품하면서 위변조된 시험성적서를 33건이나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고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취소했습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33537 판결).

사정은 이러합니다. 공공기관의 입찰참가자격제한 법적 근거는 ‘공기업ㆍ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입니다. 그런데 위 규정에서 제한사유를 직접 정하지 않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의 사유를 따르도록 했습니다. 한편, 공공기관 발주 시 입찰안내서 등에서 법률의 사유 외에 다른 사유를 추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약으로는 입찰참가자격제한 사유로 보이지만, 법령에는 그러한 사유가 없는 것이지요.

한수원으로서는 일반적인 자격제한처분처럼 절차를 진행했는데, 위와 같은 사정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래서 한수원은 입찰참가자격제한은 행정처분이 아니라, 계약에 따른 권리행사라고 주장하게 됩니다. 이에 대법원은 양자의 판단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해당 조치에 이르는 문서 내용과 과정을 종합해 판단하고, 모호할 경우 상대방의 예측가능성을 고려해 규범적으로 확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사전통지 시 법률에 따른 자격제한처분이라고 통지했고, 실제 조치에서도 법률에 의한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특히 한수원은 불복방법으로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까지 안내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상대방은 행정처분이 아니라 계약에 의한 것으로 인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행정처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법률이 정한 사유가 있어야 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한수원은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공기업ㆍ준정부기관에 대한 부정당행위’가 없어서 대법원은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건설사 입장에서 ‘법률에 의한 자격제한’과 ‘계약에 의한 자격제한’ 중 어느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수 있는데, 미묘한 문제여서 다음 기회에 상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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