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부터 고치자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은 ‘시설공사별’ 및 ‘내력구조부별’로 하자보수기간을 다르게 정한 주택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우선 일원화해야한다. 하자담보책임기간을 공종구분없이 10년으로 일괄 적용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4월 민법규정을 준용하고 있는 집합건물법에 근거하여 공사종류에 관계없이 일괄 10년으로 판결하면서 불거진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기간 문제는 진작에 법개정 작업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았어야 했다. 국회 건설교통위 소속 김태환의원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근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현행 주택법은 시설공사별로 1-3년, 내력구조부별로 5-10년 범위에서 하자를 보수토록 규정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과 국가계약법도 건설공사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공종별로 1-10년으로 구분해 적용토록 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처럼 만일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10년으로 일괄적용할 경우 주택산업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자보증료, 소송비용 등의 급증에 따라 분양가 인상을 부르게 되고 이는 곧 입주자 부담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하자보증기간 연장으로 보증료는 6.25배 상승요인이 발생한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사업주체와 입주자대표간의 하자범위와 판정결과 등에 대한 끊임없는 소송야기로 주택사업의욕이 위축되고 이는 결국 주택공급의 급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실 지금도 악덕 브로커나 하자감정기관 등이 하자소송을 부추겨 입주자 피해는 물론 예측가능한 사업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하자보증기간의 장기화와 과도한 보증리스크 증가는 보증기관과 건설업체를 동반 부실로 몰고갈 우려도 있다.

수많은 공종으로 구분되는 주택건설공사의 특성을 도외시한 채 일률적으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운용하면 법률간 상충을 야기하는 부작용도 불가피하다. 주택건설공사는 토목, 건축, 기계설비, 전기, 정보통신 등 75개 이상의 다양한 공종으로 구분된다. 각종 자재 및 공종별 특성에 따라 공동주택의 하자범위와 내구연한이 각각 다를 수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분양자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공종에 관계없이 10년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로 주택법의 하자보수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외국은 시공자가 무과실책임을 지는 경미한 하자에 대해서는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대부분 1-2년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작업기능이나 자재에 기인한 하자는 ‘공사의 실질적 완공일 또는 공사 목적물의 인도후 1년’으로 정해 놓고 있으며, 효율적인 시설 운영에 있어서의 하자에 대해서만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일반적인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실제 완공후 6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보수공사 성토 도로공사의 경우 인도후 6개월, 기타공사는 1년으로 정해놓고 있으며 독일은 전체공사의 인도후, 공작물·목재 병해 등은 2년으로 정하고 기초공사 및 난열 장치의 화열접촉부에 대해선 1년만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시공자의 무과실인 경우나 대부분의 설비공사는 1-2년이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5-10년을 적용하고 있다.

민사법인 집합건물법 개정 추진은 시일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으므로 정부는 공법인 주택법부터 개정해 집합건물에 우선 적용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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