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건설업에서 하도급은 빌트인(built-in)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필수적입니다. 업체와 상담을 하다 보면 하수급인의 하수급인의 하수급인까지 언급되는 일도 있습니다. 건설업체는 이처럼 여러 단계의 하도급으로 계약관계가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사안보다 법리가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유치권도 그렇습니다.

수급인이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하수급인도 하도급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은 물건에 관해 발생한 채권이기만 하면 성립하므로 유치권을 행사하는 목적물이 하수급인의 비용과 노력이 투입된 목적물이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골조공사를 하도급받은 자가 유치권행사를 주장한 사안에서 “자신의 공사대금채권을 위한 독립한 유치권을 취득행사할 수도 있고, 수급인의 유치권을 원용하여 행사할 수도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7. 5. 15.자 2007마128 결정).

실무상 자재공급업체도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해당 자재가 건축물의 일부를 구성하므로 유치권이 성립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재대금채권으로는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자재대금채권은 그 건축자재를 공급받은 건물신축공사 수급인과의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채권에 불과한 것”으로 “건축자재가 수급인 등에 의해 건물 신축공사에 사용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건물에 부합되었다고 하여도 건축자재의 공급으로 인한 매매대금채권이 위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다96208 판결). 사실상 최우선순위 담보권으로 기능하는 유치권의 성립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려는 법원의 입장이 반영된 판결입니다.

한편 유치권은 유치물을 점유해야 성립하고 점유를 상실하면 유치권도 소멸합니다. 그런데 유치권 성립을 위한 점유는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도급인이나 제3자가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는 건물을 강제로 침탈해 점유를 취득했다면 유치권 성립을 주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수급업체가 자신의 공정을 마쳐 공사현장을 떠났는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 목적물을 다시 점거했습니다. 만약 점유취득 과정이 별다른 문제 없이 이뤄졌다면 유치권 주장이 가능하지만 폭력 등의 수단으로 점유를 취득했다면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유치권을 주장하려는 하수급업체는 최대한 ‘평화’롭게 점유를 취득해야 할 것이고, 반면 유치권 성립을 막으려는 쪽은 점유를 상실한 하수급업체가 목적물을 점유할 수 없도록 현장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