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가 기회”… 전건협 조사단, 동남아 건설현장을 가다 (상) 싱가포르(1)

대한전문건설협회(회장 김영윤) 해외시장 조사단은 지난달 3일부터 4박6일 동안 싱가포르와 베트남 건설시장을 둘러봤다. 조사단은 김영윤 중앙회장을 필두로 김세원(부산시회), 김석(대구시회), 강치형(석공사업협의회) 회장과 김주만 중앙회 회원감사, 김응일 적정공사비TF위원장, 이진규 해외건설협력위원장 및 김용식·김충겸·신경준 해외협력위원을 비롯해 초청강사인 김승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등 17명으로 구성됐다.

조사단은 싱가포르에서 우리나라 종합·전문 건설업체가 상생 협력하는 시공현장을 방문하고, 베트남에서는 베트남건설협회(VACC)와 세미나, 박람회, 현지 업체 건설현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길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우리 건설업체들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점검하고 모색해 보는 계기가 됐다. 이번 조사단에 함께 참여한 홍윤오 대한전문건설신문 주간의 눈을 통해 생생한 현지 정보와 현장의 모습을 2회에 걸쳐 특집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싱가포르 지하철 5구간 톰슨라인 제216공구 대우건설 시공 현장의 실드 TBM 굴진 터널의 끝 부분, 즉 TBM 후면부에서 조사단 일행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 화려한 빌딩 숲 사이로 여기저기 건설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 한가운데서 마주치는 대한민국 건설업체 로고들은 일행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했다.

말레이반도 남단의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면적은 조금 크고 인구는 절반 남짓한 나라이지만 1인당 GDP는 6만 달러(2018년 IMF 기준)가 넘는 경제부국이다. 좁은 땅에 집약적 건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지만 약한 지반이 최대 걸림돌이다.

싱가포르의 관문인 창이공항 남서쪽 5㎞ 지점의 GS건설 공사현장.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빌딩형 지하철·버스 차량기지 건설 현장이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 Land Transport Authority)이 발주해 우리나라 GS건설이 따낸 20억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T301 프로젝트이다.

이 사업은 2024년까지 완공될 싱가포르 전체 MRT(도시철도) 5개 노선 중 창이공항 부근에 위치한 3개 노선(다운타운라인, 톰슨이스트코스트라인, 이스트웨스트라인)의 차량기지 건설공사이다. 32만㎡ 부지에 지하 1층~지상 2층의 지하철 차량기지와 지상 1층~4층 규모의 버스 차량기지가 지어진다. 지하철 985량과 대형버스 812대를 수용하고 정비소까지 갖춘,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빌딩형 종합차량기지이다.  

13만개 PC보와 상판 연결 최대 난관
지난달 4일 조사단을 태운 버스가 창이공항을 지나 10여 분 더 달리자 거대한 파란색 크레인 2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조선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골리앗 크레인과 비슷한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이었다. 보통 공사장에서는 타워크레인을 흔히 쓰지만 여기서는 개당 50t, 28m에 달하는 대형 콘크리트 빔(보)을 수 만 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이처럼 ‘거구’를 등장시켰다.

지하 바닥층은 이미 지반 다지기가 마무리된 듯 보였고 1층 상판 슬래브 작업과 함께 셀 수 없을 정도의 철근콘크리트 기둥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지고 있었다. 강구조물 전문가인 김세원 부산시회장은 “강구조물들이 매끈하고 깔끔하게 잘 가공돼 있고 현장 상태도 깨끗한 것이 인상적”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 공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난관의 연속이다. 공사관계자들이 “이곳(싱가포르)은 암반층이 없기 때문에 지반 관련 업종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제일 아래층 지하 바닥 공사만 해도 연약지반에 파일을 박아 안정화시키는 지중연속벽(Diaphragm Wall) 공법을 썼다고 한다. 1층과 2층 바닥 슬래브도 육중한 지하철 차량이 드나들기 때문에 웬만한 교량 상판 수준의 강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조사단 일행이 싱가포르 지하철 T301공구 GS건설 현장의 안전혁신학교에서 현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장비 압착사고 체험을 하고 있다.

공사의 최대 난관은 정해진 공기 내에 31만t의 철근 조립과 약 180만㎡의 콘크리트를 현장 타설하는 동시에 13만개의 PC보(Precast Concrete Beam)와 플랭크(상판)를 조립하는 일. 철근량은 에펠탑의 42배, 콘크리트량은 지상 828m로 세계 최고 건축물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의 5배에 달한다고 한다. 오세호 현장소장은 “지중연속벽 시공을 하면서 바닥·기초만 현장 타설하고 나머지는 프리캐스트 구조물을 사용했다”면서 “특히 당초 13만개로 예상했던 프리캐스트 구조물의 일부를 일체화해 5만8000개로 줄여 공기를 단축했는데, 이는 밸류엔지니어링(VE)의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브리핑을 듣는 내내 조사단 일행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김영윤 회장을 비롯해 김응일·이진규 위원장, 김용식 위원 등이 모두 명실상부 토목공학도들이었다. 김승렬 에스코컨설턴트 대표는 지하공간 활용의 대가답게 전문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사실 지하철 차량기지를 한 곳에 3개 층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차원을 뛰어넘는 일이다.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입체화했으니 말이다. 필요는 창조의 어머니라고, 좁은 땅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나온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이런 시도는 싱가포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유례가 없는 전인미답의 길이다. 성공하면 기준이 되고 역사가 되는 일인 것이다.

가격보다 안전시공이 경쟁력
높은 공사 난이도와 더불어 싱가포르 내 공사의 최대 난제는 ‘안전’이다. 지난 2016년 내로라하는 건설사들과의 치열한 수주전에서 GS건설이 최종 선정된 주된 이유 중 하나도 안전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이미 2006년부터 경기도 용인서 운영 중인 안전혁신학교를 이곳에도 열었다. 현장 사무소 한쪽에는 700㎡ 부지에 강의실 1개와 16개 체험시설, 비계구조물, 중장비 등이 갖춰진 ‘Safety Innovation School’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장비협착·추락·낙하·밀폐공간·질식·감전사고 등 실제 공사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상황에 대비하는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진다. ※아래 관련기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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