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과 ‘팀코리아’로 개가…건설한국이 나아갈 새 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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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건설과 ‘팀코리아’로 개가…건설한국이 나아갈 새 길 열어
  • 싱가포르=글·사진 홍윤오 주간
  • 승인 2019.01.0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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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가 기회”… 전건협 조사단, 동남아 건설현장을 가다 (상) 싱가포르(2)
◇시장조사단이 싱가포르 지하철 T301공구 GS건설 현장을 둘러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루 현장 출력인원이 약 2400명(주간 1900명, 야간 500명)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정해진 안전교육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그 결과 회사는 최근 ‘무재해 1500만 인시간(Man Hour. 1인1시간의 노동량)’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안전에 대한 현장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조사단 일행 중 하나가 “그러면 ‘기승전 안전’이라는 얘기네”라고 했더니 오 소장은 “‘기승전’도 필요 없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이라고 정정했다. 현장의 김덕배 상무는 “과거 싱가포르 시장에서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가격우위로 경쟁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면서 “약한 지반에서 하는 공사이니만큼 안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Buy Korea’라고 했을 때 (외국이) 한국의 안전공사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끈기·현지화가 성공 관건
특히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공사의 모든 것이 결국은 국내 대형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 및 중견 건설사가 똘똘 뭉쳐 ‘팀 코리아’를 이룬 덕분이라는 것이다. 김 상무는 “이런 대형 해외프로젝트는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전문건설업체들과의 상생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면서 “이 공사도 지중연속벽 공법 전문업체인 삼보E&C(주)와 연약지반공법 전문업체인 (주)동아지질 등이 한 팀으로 나섰기 때문에 수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이어 “지난 11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도 대기업·중견기업 상생협력 성공사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국내 전문건설업체들의 활로가 보이는 듯했다. 건설경기가 점점 안 좋아지는 국내 상황에서 서로 밥그릇을 놓고 아등바등 하지 말고 과감하게 해외로 나서는 것이다. 싱가포르 건설시장은 경쟁력에서 보면 여전히 우리 건설사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력과 끈기, 그리고 현지화가 전제돼야만 한다. 싱가포르는 유럽식의 엄격한 입찰 및 시공 관리시스템 하에 관리·운영되고 있으며 고도의 기술력과 사업수행능력이 없으면 누구도 뛰어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10여 년째 각종 공사를 진행 중인 이진규 위원장(성하지질공업 대표)은 “흔히 하는 그라우팅공사도 지하철이냐 석유비축기지냐에 따라 안전 기준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먼저 해당 국가의 법과 기준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단돈 50만원에 할 수 있는 작업이 싱가포르 같은 곳에서는 수천만원짜리 공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지하철 T301공구의 GS건설 현장사무소에서 김영윤 회장이 서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김영윤 회장의 총평이 이어졌다. 그는 “국내 건설시장은 포화지경에 이른 만큼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면서 “실력과 신기술로 무장하고 투자는 물론 일정한 수업료와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도 감수하되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중동은 물론 싱가포르에서도 (토목)공사를 했던 그는 ‘현지화’에 대해 별도로 설명을 덧붙였다.

“그 나라의 법·제도·문화·자연·경제·금융·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공사도 할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처럼 하루 100m씩 한 번에 포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동남아에서는 스콜(일시적인 대류성 소나기) 때문에 이미 깐 도로를 뒤엎고 다시 포장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버스가 이스트코스트를 지나 얼마 가지 않았을 무렵 김영윤 회장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저쪽이 바로 30년 전 내가 일하던 사무실이 있던 곳이고 저기 보이는 저 길이 바로 내가 직접 만들었던 도로예요” 떠나온 길 위에서 옛 추억의 길을 찾은 듯 한길 토목전문가의 얼굴에는 감회가 서려 있었다.  

이윽고 조사단이 도착한 곳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번화가인 오차드로드와 멀지 않은 MRT 톰슨라인 건설현장. 익숙한 대우E&C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싱가포르 북단 우드랜즈노스역부터 남쪽으로 약 30㎞의 톰슨라인 중 스티븐스로드 일대에 T216공구를 건설하는 현장이다.

직경 6.8m의 거대한 TBM(Tunnel Boring Machine, 회전식 터널 굴진기) 4대를 동시에 가동해 2.93㎞의 단선쌍굴(총 굴착연장 5.86㎞)을 굴착하고 스티븐스역과 출입구 5개소를 만드는 공사이다. 이 구간 역시 지반조건이 극히 열악한데다 고속도로, 운하 하부, 기존 운행선 사이를 관통해야 하는 난공사가 예상돼 주요 업체들이 입찰마저 포기했던 곳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우건설이 삼보와 동아지질 등 전문 업체들과 함께 수주를 따냈다. 당초 공기마저 촉박해 고민하던 대우건설 측은 사각 TBM 도입을 결정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73일 만에 65m 지하도 굴진을 완료했다. 하루 평균 9~10m씩 파 들어간 것이다.

일행들은 사무실에서 브리핑과 간담회를 마친 후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하고 터널 입구로 이동했다. 이어 공사용 15인승 엘리베이터를 나눠 타고 지하 38m를 내려가니 원통형 굴착지 아래 바닥에 도착했다. 곧바로 터널 입구가 시작됐다. 한 줄로 늘어서서 20분간 약 1㎞를 걸어 들어갔다. 쉬지 않고 하면 100일 동안 굴진할 수 있는 거리이다. 거대한 파이프라인 속을 걷는 일행들의 모습이 마치 공상과학소설에서 지구 내부로 걸어 들어가는 탐험대 같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싱가포르 지하철 5구간 톰슨라인 제216공구 대우건설 시공 현장의 터널 내부와 운반차 등 장비.

가보지 않은 미로를 뚫는 한국건설
터널 내부 벽은 7개의 터널링 콘크리트 세그먼트가 원형으로 맞춰진 뒤 조여져 있었다. 파내어진 흙과 돌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밖으로 배출됐다. TBM이 앞쪽으로 굴진하면서 터널 벽을 만들어가는 실드 TBM공법이다. 굴착 지점의 TBM 뒷부분에 다다르자 감압실과 자동제어실이 있었다. 탄광으로 따지면 막장이었다. 작업은 잠시 중단 중이었다. 지하 38m 터널 속인데도 후텁지근해 계속 땀이 흘러내렸다. 

김영규 현장소장은 “한국 건설사로서는 싱가포르에서 처음 시도하는 실드 TBM공법으로 공기를 3개월 단축시켜 자부심이 크다”며 “하지만 독일, 일본, 중국도 모두 만드는 TBM을 우리나라만 아직도 자체 제작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도 역시 연약지반이 최대 난제였다. 해발이 100~150m밖에 안 되고 지반은 암반 없이 그냥 진흙이나 흙, 돌 등으로 이루어진데다 중간 중간 싱크홀마저 도사리고 있다. 첨단 실드 TBM 굴진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 건설사들은 지금 싱가포르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로를 뚫고 있는 중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당면한 현실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간의 칸막이를 없애는 건설산업 혁신방안이 법제화까지 이루어졌다. 중대한 변화의 순간을 맞고 있다. 기회와 두려움이 교차할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쓰나미를 피할 수는 없다. 맞서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싱가포르 일정을 마친 후 김영윤 회장은 이런 언급을 하면서 “건설 선배들은 이보다 더한 상황도 다 헤쳐왔음을 명심하고,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아 실력을 갖추면서 해외로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싱가포르=글·사진 홍윤오 주간] koscaj@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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