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생산체계 혁신방안 해부

◇제2 남해대교 건설현장 모습

지금까지의 건설산업은 정부의 ‘보호와 분배’를 통해 안정적인 수주와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개편이 ‘경쟁을 통한 효율’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하면서 산업의 기반이 형평성에서 효율성으로 옮겨가게 됐다.

단 효율을 추구하는 이번 변화가 도 넘은 효율지상주의로 변화된다면 건설산업은 자금력에 기초한 약육강식의 시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한 종합업계 전문가는 “생산성을 추구하는 방향은 좋지만 그 부작용이 명약관화하니 보완적으로 중소업자 보호 대책도 가미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입찰제도가 기술이나 단가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업역 칸막이만 없어지면 정책 효과가 영세업체만 퇴출시키는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후속 논의에서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입찰제도에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자 중소 건설업체들의 공통된 희망이다. 수주가 생명인 건설사들에게 입찰제도의 변화만큼 가장 큰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입찰제도 개선과 함께 발주자 역량 강화도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 종합·전문간 업역이 약해지는 만큼 계약당사자를 결정하는 발주자 권한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우수 업체를 선별할만한 능력이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전문업체들이 단독 혹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도급공사에 뛰어들 경우 종합업체와 비교해 어느 쪽이 경쟁력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복남 서울대 교수는 “앞으로 발주 단계에서부터 더욱 세분화된 발주를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따라서, 발주자부터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철 소장도 발주자 역량을 강조했다. 신 소장은 “업체들은 상호간의 진출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는데 발주자가 현재 능력치 그대로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어떤 업체가 공사를 더 잘할 수 있는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업체 한 관계자는 “발주자 역량 강화 없이는 관례적으로 종합으로 공사가 쏠릴 수 있어 혁신방안의 취지가 무색해 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국토교통부는 업계의 이같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발주제도를 개편해 우수 건설업체 선별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순환보직이라는 한계를 가진 공무원의 특성상 역량 강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공무원 집단이 가지고 있는 체질을 바꾸는 큰 변화인 만큼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이복남 교수는 “현재 구조로는 공무원이 발주건에 대한 책임을 질수도 없고, 전문 역량을 키울 수도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발주자는 책임지는 걸 태생적으로 싫어해 현재도 턴키 발주 방식 등이 많은데 쉽게 변화될지는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건설전문 변호사는 “발주의 구조적인 문제는 나 몰라라 하고 업계의 변화만 요구한다면 이번 개편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입찰제도와 발주역량 강화가 이번 개편 성공의 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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