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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신흥 건설시장… 장애물 많아도 한국 전문건설에 기대 커 “신기술로 승부땐 승산”“해외가 기회”… 전건협 조사단, 동남아 건설현장을 가다 (하) 베트남
  • 하노이=글·사진 홍윤오 주간
  • 승인 2019.01.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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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 빌딩의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건설분야 협력세미나 및 기술설명회에서 김영윤 전건협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깜 언, 박항~세오(감사합니다, 박항서)!”
거리 곳곳에는 베트남 일성홍기를 매단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고 있었다. 간혹 태극기를 함께 매단 채 ‘박항서 감독’을 외치는 오토바이족도 있었다.

지난달 6일. 이날은 마침 대한전문건설협회(회장 김영윤) 해외시장조사단이 베트남 하노이의 국제건설·기계박람회와 한 고급아파트 건설현장을 돌아본 뒤 베트남건설협회(VACC, Vietnam Association of Construction Contractors) 히엡 회장 일행과 만찬을 하던 바로 그날이었다. (며칠 후 결국 베트남이 우승한) 2018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 홈경기(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베트남이 필리핀을 2대1로 꺾어 결승행을 확정한 날이었다.

만찬 때 대화도 축구가 단연 화제였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가 그러했듯이 베트남 국민들 모두가 그 순간만큼은 하나였다. 몹시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쳤다.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비단 축구뿐만이 아니다. 이런 장면에서 베트남의 현재와 미래가 읽혀졌다.

베트남은 지금 뜨는 나라이다. 젊기까지 하다. 평균 연령이 30세에 불과하고 전체 인구 9300만 명 중 60%가 넘는 5800여만 명이 노동 가능인구임을 여러 통계들이 보여주고 있다.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규모의 노동력으로, 말레이시아(1540만 명)와 필리핀(4460만 명)보다 많다.

중국과 이웃해 있으면서도 근로자들의 월평균 수입은 중국 근로자들의 그것에 절반도 훨씬 못 미치는 537만동(한화 약 26만원)에 불과하다.(국제노동기구 2018-2019 세계임금보고서 자료) 2000년대 이후 연평균 6~7%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되고 있고 건설 산업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김영윤 전건협 회장은 하노이 도착 첫날 이곳에 나와 있는 우리나라 업체들과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교환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관급공사가 아니면 대금지급 보증이 안 되는 점 △소형 공사일수록 공사대금을 떼일 가능성이 많은 점 △외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줄어들고 있는 점 △원도급과 하도급 구분이 없고 저가수주가 비일비재한 점 등 현지에서 겪는 애로 사항들을 전달했다.

이에 김 회장은 “이번 해외시장조사단의 주요 목적중 하나가 우리 회원사들이 어떻게 하면 해외로 잘 진출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조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해외에서 하는 정부주관 행사에 전문건설협회도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대목에서 건설 기업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한국 조사단 일행과 베트남 건설협회 측 인사 등 세미나 참석자들이 행사를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가령 대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현지화 하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 현지 업체나 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 기업들이 전문건설업체 등 더 많은 우리나라 중소·중견 기업들과 해외진출을 함께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나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조사단의 첫 일정은 하노이 국립전시건축센터(NECC)에서 열린 국제건설·기계박람회(Contech Vietnam 2018) 참관. 베트남 산업통상부와 교통부·과학기술부가 주관하고 VACC를 비롯한 베트남 토목공학협회연맹(VFCEA), 베트남 건축자재협회(VABM) 등이 후원한 이날 행사장에는 20여개 업체들이 부스를 차려놓고 홍보전을 벌이고 있었다.

전시내용은 주로 건설 기계·장비와 작업안전 시스템, 건축기술 솔루션, 건축자재 등이었다. 한 베트남 업체는 TBM장비를 소유해 보링·그라우팅을 직접 시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아직은 뒤떨어지는 수준이지만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최신 시스템이나 장비·자재도 더러 눈에 띄었다는 것이 조사단의 일반적인 평이다.

조사단 일행 중 가장 연장자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준 김응일 적정공사비T/F위원장(서천건설㈜ 대표)은 “웬만한 건 우리나라에도 다 있는 것들이지만 베트남 건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며 박람회 참관 소감을 밝혔다. 

김석 대구시회장(㈜삼우토건 대표)은 “베트남이 최근 호치민시에 81층짜리 랜드마크 건물을 자체시공 한 것을 자랑하듯이 베트남 자체 기술이나 시공 역량이 급성장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일정한 투자와 신기술·첨단공법 등 비장의 무기를 갖추고 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단 일행이 베트남 하노이의 고급 아파트 건설현장과 모델하우스를 방문, 고층에 만들어진 수영장을 둘러보고 있다.

조사단은 이어 VACC의 안내를 받아 하노이의 고급 아파트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베트남 대형건설업체가 10여개의 베트남 중소 업체들과 함께 시공 중인 유럽양식의 고급 아파트이다. 외벽부터 중국산 인조대리석을 써서 화려함을 더했다.

강치형 석공협의회장(㈜삼우석건 대표)은 “인조대리석의 경우 중국산이 우리나라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품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우리가 한수 위”라며 “이번 시장조사에서는 무엇을 배운다기보다는 서로 협력할 사항들이나 그 계기가 될 만한 일들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행들은 안전모에 덧신을 신고 11층의 모델하우스와 고층의 야외 수영장까지 둘러봤다.

김주만 중앙회 회원감사(㈜바우하우스 대표)는 “내부 실내장식은 유럽풍으로 자못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지만 붙박이 장롱과 천장 사이에 틈을 만들어 먼지가 쌓일 여지를 남겨 놓은 것 등은 좀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이라고 평가했다.

저녁에는 김영윤 회장이 히엡 VACC 회장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김 회장은 “2015년 11월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베트남건설협회 간 MOU(양해각서)를 계기로 협력사업이 추진돼 왔고, 세미나를 열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히엡 회장도 “우리 역시 말이나 형식보다는 구체적인 결실이 맺어지기를 원한다”면서 “한국의 전문건설업체들이 희망하는 분야, 사업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화답했다.

다음 날 전건협과 VACC가 공동 주관한 한·베트남 건설분야 협력 세미나 및 건설기술설명회가 열렸다. 장소는 이름처럼, 그 자체가 하노이의 상징이 되고 있는 랜드마크72 빌딩 내 인터콘티넨탈 하노이 호텔이었다. 우리나라 경남기업이 시공한 하노이 최고층 빌딩이다.

세미나에서는 전건협 홍보 동영상 시청에 이어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이 ‘한·베트남 건설산업 협력방안’을, 김승렬 한국공학한림원 박사(에스코컨설턴트 대표)가 ‘지하공간 개발 활용방안’이란 제목으로 각각 주제발표 했다. 이어 안산조경건설(조경)과 동건(단열재 시공), 컴퍼니위(빌딩에너지 절감시스템), 초석건설산업(토공), 은민S&D(실내건축), SY패널(EPS패널 시공) 등 참여업체들의 기술설명회가 진행됐다. 김홍락 주 베트남대사관 국토교통관도 참석했다.

김영윤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국에서 건설 산업이 GDP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인 것처럼 베트남 건설 산업도 베트남 경제성장의 주축”이라면서 “우수한 실력과 기술을 겸비한 한국 전문건설업체들과, 빠르게 성장 중인 베트남 건설업체들과의 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 및 기술설명회가 끝난 뒤 참가 업체들이 베트남 기업인들을 상대로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있다.

박선구 연구실장은 양국 건설업체 간의 공동도급이나 공동하도급, 컨소시엄 같은 협력 방안과 양측의 강점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 양 협회의 교류 확대 등을 주제로 발제한 뒤 전문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현지 센터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터널: 새로운 공간과 길을 만드는 기술>이라는 책을 내기도 한 김승렬 박사는 토목 전문가답게 토목 관련 기술과 양국 건설업체 간 지하공사 협력 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세미나에 이어 참여업체들의 1대1 비즈니스 미팅이 이어졌다. 세미나장 건너편 룸에서는 10여개 업체들이 베트남 현지 업체들을 상대로 상담과 홍보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중 지붕판금 전문업체인 (주)동건의 안오은 대표와 안성결 부장은 부자지간으로, 전날부터 조사단과 일정을 함께했었다. 이날도 자체개발한 단열재와 관련 자료를 들고 와 계약을 따내기 위한 상담에 분주했다. 안 대표는 “자체 개발한 단열재를 들고 해외든 어디든 이렇게 직접 발로 뛰어다니다보면 더 좋은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라며 “전문건설협회가 나서서 도와주니 더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열의를 보였다.

베트남 일정 내내 조사단을 도와준 VACC의 유용권 고문은 “베트남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물론 최근에는 대형 로펌들까지 진출하는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라며 “환경·에너지 쪽 틈새시장이나 건축마감·고층건물 거푸집 시스템 등 신기술이 먹혀들어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과거처럼 싼 인건비만 보고 준비 없이 들어왔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큰 만큼 일정한 투자나 정착 비용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노이=글·사진 홍윤오 주간  koscaj@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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