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응웬 꾸억 히엡 베트남건설협회(VACC) 회장

“말이나 형식보다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물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12월7일 베트남 하노이의 경남 랜드마크72 빌딩 세미나장에서 만난 응웬 꾸억 히엡(Nguyen Quoc Hiep) 베트남건설협회(VACC) 회장은 73세의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외모에 눈빛과 목소리가 살아있었다. 전기배선 분야로 시작해 공기업 회장 등을 거쳐 지금은 대형 부동산개발회사인 GP인베스트 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응웬 꾸억 히엡 베트남건협 회장

- 한국과 베트남 건설업체 간 협력 필요성이나 가능성은?
▷양측 간 조인트벤처 또는 공동하도급 형태의 사업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한국의 대형 건설사가 원청이고 베트남 기업이 하도급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베트남 기업들도 커져서 한국의 전문건설업체들이 하도급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가령 2조5000억원 규모의 베트남 기업인 콘테콘(COC)의 회장이 VACC의 부회장인데, 이 회사는 한국의 고층 비계시스템 보유 업체와 합작해서 잘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베트남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VACC와 더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한국 측에서 요구사항을 알려주면 그에 맞춰 시공사와 연결시켜 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엊그제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도 말했듯이 지금 베트남 정부의 정책 1순위는 경제개발이고 그것을 이끄는 것이 건설 산업이다.

- 한국 기업들이 진출을 하게 되면 어떤 형태가 바람직할 것인지.
▷양측이 합작사를 차려 진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합작사를 설립해서 각 투자사 발주사업에 참여하면 관리비를 절감하는 등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외국계 자본 회사보다는 베트남 자체 회사와 합작하는 것이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계약 당사자의 책임 소재를 어떻게 나눌지도 관건인데,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한국 건설회사가 베트남에서 직접 수주 받는 원청사가 될 경우 인·허가 등 애로사항이 많다. 오히려 콘테콘 같은 베트남 대기업이 한국의 전문건설업체들과 합작하면 계약을 먼저 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 베트남에도 10억~2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공사가 많다. 높은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이 더해지면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다.

◇본지 홍윤오 주간(오른쪽)이 베트남건설협회(VACC) 히엡 회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건설업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전문건설협회에서 회사들을 소개시켜 달라. 진출을 희망하는 회사들의 특성과 수요 등에 대해 VACC측에 자세히 알려주면 우리 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서 연결시켜 주면 된다.

과거 롯데, 포스코, 경남기업 등 한국 업체들은 모두 대규모 자본이었다. 이에 비해 중소·중견 업체들은 정부 인허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발주처, 원청사 모두 정부허가를 받아야 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콘테콘, 비나코넥스 등 베트남의 대형 회사들이 지금은 모두 민영화돼 하도급업체를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특수기술이나 전문기술을 가진 한국 업체라면 진출이 보다 용이할 것이다.

- SOC(사회간접자본), 부동산 등 베트남 건설시장 상황은 어떤가.
▷베트남의 부동산 건설이 본격화된 것은 불과 10년이다. 앞으로 당장 10년은 그러한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물론 중간 중간 국내 시장상황이나 국제 경제 흐름에 따라 주춤하는 시기는 있지만 투기세력이 아닌 일반인들의 부동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 VACC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500여 개의 크고 작은 회사들이 회원사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역할은 만만치 않다고 자부한다. 베트남 정부에서 건설 관련 새 정책이나 법·제도 등을 시행할 때 반드시 VACC의 의견을 물어 참고한다. 다음 번 행사는 하노이보다 회사 숫자가 더 많은 호치민에서 하면 좋겠다.

- 나이에 비해 그처럼 젊어 보이는 비결은.
▷현역으로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 젊음의 비결인 것 같다. 쉬고 싶지만 여기저기서 불러주는 곳이 많다.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1946년생이면 20대 나이에 베트남 전쟁을 겪는 등 격동의 삶을 살았을 것임이 분명할 터.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 했다. 양측 간 교류가 더 활발해져 그런 내밀한 얘기도 들어볼 기회가 생기길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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