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맹습하면서 미세먼지를 재난 수준으로 격상하는 논의가 정부와 국회에서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 미세먼지 재난을 겪는 올 겨울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한파이거나 미세먼지이거나’이다. 추울 때는 사정없이 춥다가 추위가 물러가면 미세먼지가 맹습을 한다는 의미다. 오죽하면 ‘삼한사미’(三寒四微·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을까.

인생 최악의 겨울을 버텨내는 상황에서 ‘삼한사미 저리 가라’는 또 하나의 깊은 고민에 괴롭다. 현재 거주하는 집을 팔고 서울로 진입할 것인가 여부다.

대략의 상황은 이렇다. 필자는 서울 광화문 도로 기점에서 35㎞ 정도 떨어진 인천 서구 경서동에 산다. ‘청라지구’(주민들은 국제적 지구임을 강조하기 위해 청라국제도시라고 부른다)로 불리는 지역이다. 2012년 12월 정착했다. 32평으로 출발해 지금은 47평에 산다. 

대략 감이 잡히겠지만 도심인 광화문과 이동 거리가 멀다는 게 치명적 단점이다. 집에서 본사가 있는 서울역까지 ‘도어 투 도어’로 1시간10분 안팎이면 이동이 가능했지만 공항철도 마곡나루역이 신설되면서 5분 정도 이동시간이 늘어났다. 게다가 최근 서울시청으로 출입하면서 편도 이동시간은 1시간25분 전후다. 청라지구에서 공항철도 청라역행 버스가 늦게 오고 청라역에서 환승시간이 긴 배차 때 당첨돼 최대 1시간40분이 걸린 적도 있다. 

또 하나의 단점은 미세먼지다. 청라지구는 2~3㎞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해를 바라보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해무와 겹치면서 가시거리가 50m가 안 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현 거주지의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올해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이 되는 두 아들은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바로 학교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바로 옆에 마주보고 있다. 두 아들이 이미 많은 친구들을 사귀어서 친구 인맥이 끊기는 것도 사실은 조금 아쉽다. 아내도 이곳을 좋아한다. 청라지구는 필자가 본 신도시 중 도시설계의 완성도가 가장 높다. 청라지구 정중앙 약간 왼쪽에 30만평 규모의 호수공원이 있고, 이 호수공원은 지구 내 곳곳을 흐르는 캐널웨이와 연결된다. 10년이 안 된 지금 집을 팔면 서울에서는 20년이 넘은 30평대 초반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

서울 진입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이유는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서울 집값이 고점을 찍었고 당분간 내리막길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데이터를 들이밀지 않겠지만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직전인 2006년, 2007년 서울 집값은 거품의 최고조기였고, 2009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2012년까지 동면기이다가 2013년 해빙기가 시작됐다. 얼마 안 돼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감한 기준금리 인하를 시그널로 대놓고 집을 사라고 부채질했다. 저평가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서서히 상승하다가 2016년 말부터 급격한 거품 양상을 띠었고 결국 지난해 10월 찬란한 불꽃을 모조리 태웠다.

그러자 서울에 몰리던 돈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수도권과 경기도로 몰리고 있다. 각종 규제와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 등으로 투자 유인이 확 떨어지자 투자 자금들이 경기, 인천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는 이야기들이 귀가 아프도록 들려온다.

독자들의 의견을 구해 본다. 지금 사는 집을 팔고 서울로 가야 하는가?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