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에서 정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발주자(도급인)는 원사업자(수급인)가 아닌 수급사업자(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해야 합니다(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그러나 막상 하수급인이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권(이하 ‘직불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과연 직불청구권이 발생된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 직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인지 모호한 경우가 생깁니다. 이러한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도급인의 하도대 직접지급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의무의 범위 내’에서 인정됩니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4다64050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다2029 판결 등).

그러므로 도급인과 수급인이 설계변경을 하거나(위 대법원 2004다64050 판결),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하는(위 대법원 2011다2029 판결) 등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정산이 끝났다면 하수급인은 도급인에게 직불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같은 논리로, 하수급인은 하도급대금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이미 지급한 공사대금 중 당해 하수급인의 하도급대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공제한 금액에 대해서만 직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하도급법 제14조 제4항,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12194 판결).

이러한 법리에도 불구하고 도급인이 하수급인에 대한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했다고 착오를 일으켜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했다면 이는 타인의 채무를 자기의 채무로 잘못 알고 변제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도급인은 하수급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다242300 판결).

한편, 하도급법 제14조 상 직접지급 사유의 해석을 둘러싼 쟁점도 있습니다.  직접지급 사유 중 하나인 ‘수급인의 지급정지·파산,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사유(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1호)’의 범위가 문제되는데, 대법원은 수급인의 부도(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다65839 판결), 회생절차의 개시(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17758 판결)가 포함된다고 봤습니다.

또 다른 직접지급 사유인 ‘도급인·수급인 및 하수급인 사이에 직불합의가 있는 경우(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와 관련해 하도급대금 전액에 대해 직불청구권이 발생하는지, 아니면 하수급인이 실제 시공한 부분의 하도급대금에 대해서만 직불청구권이 발생하는지도 문제됩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대에 대해서만 직접지급 의무가 발생한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54108 판결). 만약 ‘실제 시공 여부와 상관없이’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자체를 하수급인에게 이전해 하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직접 그 공사대금을 청구하기로 한 것이라면, 이는 실질적으로 채권양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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