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만 되면 건설업계와 행정공무원들을 힘들게 하는 국가 시책이 있다. 지방재정 신속집행제도가 그것이다. 10년간 운영해본 결과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부작용과 폐해가 심각한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선하든지 대체하든지 할 때가 됐다.

도입 목적은 내수 진작 및 일자리 창출, 경기부양 등 거시적인 불안요인 제거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제고였다. 2002년 중앙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는 미국 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지방으로까지 확대됐다.

처음 명칭은 ‘조기집행’이었다가 ‘균형집행’(2013년)을 거쳐 2017년부터 지금의 ‘신속집행’으로 바뀌었다. 올해 경우 예산의 58.5%(특·광역시 63.5%, 기초단체 55.5%, 공기업 56.5%)를 목표율로 할당해 놓고 상반기 중 신속 집행하라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왔을 때는 이미 늦기 때문에 장래 경기를 미리 판단해서 재정을 조기 집행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이 건설업계, 그 중에서도 건설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시공하는 전문건설업체에 미치는 애로사항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상반기에는 공사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인력이나 자재, 장비가 부족해지면서 수급불균형과 함께 공사비가 증가한다. 거꾸로 하반기에는 일감이 줄어들면서 모든 것이 남아돌게 된다. 단기간 과다한 공사발주로 인해 부실설계나 부실시공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들은 이자수입이 감소하고 재정 압박을 받는다. 발주 후 설계변경이나 중복 집행 등의 예산낭비를 초래하기도 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무리한 실적경쟁으로 인한 막대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월 신속집행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회를 열어야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제도를 ‘적폐’라고까지 하면서 시정을 요구하는, 지자체 공무원 명의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참여인원이 20만 명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무위에 그치긴 했지만 일선 공무원이 이러한 공개 청원까지 낸 것은 이 정책의 폐해가 그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청원에 따르면 2017년 행정안전부가 3500만원을 들여 이 정책의 효과성 분석 용역을 실시한 결과 불용액 감소 효과 이외에는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을 운영해왔으면 현장 공무원들도 그 문제점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보여주기식 행정’을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이런 게 바로 단적인 예이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건설 공사를 인위적으로 상반기에 몰아서 하라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이쯤 되면 손볼 때가 됐다. 우선 범정부 차원서 종합평가부터 실시할 필요가 있다. 재정 조기집행이 아니라 집행률을 전체 분기별로 가중치를 두어 관리하는 방안도 개선책이 될 수 있다. 당초 도입취지는 무색해지고 지방예산의 불용액 감소 효과만 있다면 아예 그쪽에 걸맞은 정책으로 방향과 대상을 바꾸는 편이 낫다. 분명한 것은 지방재정신속집행 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을 신속 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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