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송사(訟事)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부당한 주장을 하더라도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선임해 방어하지 않으면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안이 복잡하거나 소가(訴價)가 높기라도 하면 방어에 드는 변호사 비용도 상당합니다. 이래저래 억울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소송에서 이긴 후 ‘부당하게 소송을 제기하여 이를 방어하는 데 변호사 비용을 썼으니 그 손해를 배상하라’고 역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과연 배상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법은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즉 소송과 같은 법적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 법제 하에서는 변호사 비용은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대법원 1996. 11. 8. 선고 96다27889 판결 참조). 

그런데 최근 대구지방법원은 다소 이례적인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변호사 비용의 지출 경위와 내역, 소송물의 가액, 위임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등에 비춰 보아 변호사 없이는 소송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나 채권자가 지출한 변호사 보수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방어에 들어간 변호사 비용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판결한 것입니다(대구지방법원 2018. 12. 21. 선고 2017나613 판결 참조). 위 판결의 법리대로라면 앞으로 특별한 사정을 주장, 증명한다면 방어에 지출한 변호사 비용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위 판결은 앞서 말씀드린 대법원 96다27889 판결과 다소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법원의 확립된 견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위 판결에서도 법원은 방어에 지출한 변호사 자문비용 495만원 중 일부인 200만원만을 손해액으로 인정했는바, 이는 변호사 비용을 손해로 인정하더라도 지출한 비용 전액이 곧바로 손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부당한 소송 제기 등)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는 비용만 손해로 보겠다는 취지이므로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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