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칼럼> 이렇게라도 아니면 지역불균형 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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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이렇게라도 아니면 지역불균형 깨질까?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승인 2019.02.0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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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라도 아니면 목포 오겠습니까”

손혜원 의원의 목포 논란을 전하는 기사를 접하다 이 한마디가 눈길을 잡았다. 손 의원의 투기의혹을 취재하러간 기자에게 했다는 현지인의 말에서 목포의 고통이 느껴졌다. 누구하나 목포를 챙긴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상식의 눈으로 보면 손 의원의 목포 구도심 땅 매입은 투기 가능성이 짙다. 하지만 목포의 눈으로 보면 다를 수 있다. 평당 2000만원 시대가 열린 세상에서 목포 구도심은 한 채당 2000만원이다. 손 의원이 매입했다는 22채의 가격을 모두 합하면 7억원. 서울 아파트의 한 채(중위가격 8억원)수준이다. 서울의 잣대를 선뜻 들이대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다. 과하게 비유하자면 선진국과 개도국 시민들의 개발과 환경보호, 투자와 투기의 시각이 같을 수 없다.

손혜원 논란의 기저에는 지역불균형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상식’에 괴리가 생기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사업 선정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1월29일 정부가 발표한 예타면제사업은 절차상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런 식으로 예타를 건너뛰면 큰 폭의 예산낭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방의 공기는 다르다. 예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인구가 많은 서울과 연결하지 않는 한 죽어도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방의 볼멘소리에는 예타에 쌓인 불만을 가늠케 한다.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자체가 제출한 예타면제 사업에 대해 ‘묵은지처럼 오래된 사업들’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인구의 절반은 서울·수도권에 산다. 서울은 정치 뿐 아니라 경제, 문화, 교육, 금융의 중심지다. 전세계 유례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집적된 대한민국 도시의 큰형이다. 도쿄, 베이징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가난한집 장남이 으레 그렇듯 동생들은 큰형에 힘을 실어줬다. 언젠가 큰형이 돈을 벌면 동생들도 같이 잘 살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큰형이 번 돈이 동생들에게 분배가 되지 않고 있다. 큰형과 동생간의 격차는 날로 커진다. 큰형이 무슨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닐께다. 제 살기 급급하다보니 동생에게 나눠줄 여유가 없었을 지 모른다. 그런 동생에게 형이 ‘네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거야’라고 말하면 참을 동생이 누가 있을까.

요 몇 해 서울집값이 나홀로 치솟으면서 지역이 느껴야 했던 박탈감이 컸다. 4차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중후장대 산업들이 잇달아 무너지는 지방과 묘하게 대조됐다. 지난해 울산과 거제의 집값은 떨어졌다. 집값 때매 마련했다는 9·13대책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불평등은 사회통합을 막는다. 소득격차는 소득계층간 불화를, 세대격차는 세대간 불화를 낳는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필연적으로 지역간 불화를 불러온다. 사회갈등이 잦아질 틈이 없다. 평등하게 모두 나눠 줘라는 뜻이 아니다. 선두가 치고 나가더라도 맨 끝에 있는 선수가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의 격차는 유지해 달라는 얘기다. 국가경쟁력은 단체추월 게임과 비슷하다. 1등의 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주자의 성적으로 경쟁력이 갈린다. 어느 나라든 수도는 비슷하다. 차이가 나는 것은 제2·제3의 도시다. 최종적으로 농촌을 보면 그 나라의 국력을 알 수 있다.

잘사는 서울이 지방을 견인한다는 것은 신화에 가깝다. 런던에 대한 반기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을 불러왔다. 러스트벨트의 상실감은 트럼프 행정부를 출범시켰다. 우리라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지방의 분노는 불합리한 범국가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예타면제 사업들이 결정됐다. 총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공공사업이다. 재정부담 우려가 많지만 연간 500조원에 육박하는 우리 재정을 감안하면 감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자칫 빨대효과를 일으키고 운영비부담을 유발해 오히려 지방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묵은지가 될 만큼 오랫동안 기다려온 지방 숙원사업이라고 하니 우선은 전자가 될 것이라 믿어보지만 한쪽 구석에 있는 괜한 찜찜함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하겠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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