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칼럼> 호찌민서 바라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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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호찌민서 바라본 서울
  • 전범주 매일경제 기자
  • 승인 2019.02.1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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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정상회담 장소가 베트남 하노이로 결정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적인 이슈뿐 아니라, 베트남은 경제적으로도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달 기자가 베트남의 경제수도인 호찌민을 취재한 결과 현지 부동산 시장은 과거 서울의 강남개발 시대를 연상시킬 만큼 뜨거웠다. 특히 호찌민을 동서로 가르고 흐르는 사이공강 주변의 고급 아파트는 서울 신축아파트 분양가와 맞먹을 정도다.

특히 서울의 강남을 연상시키는 호찌민의 투티엠 개발지구는 2년간 아파트 분양가가 두 배 이상 치솟았다. 투티엠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엠파이어시티 프로젝트는 세번째 아파트 분양을 하고 있는데, 472가구 공급에 5000여명이 넘게 몰렸다. 분양가는 2016년 1차 분양 때 전용 3.3㎡당 1000만원에서 2017년 1250만원으로, 2018년에는 2170만원으로 급등했다.

호찌민 중심지(1군) 사이공강 바로 옆에 들어설 최고급 레지던스는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을 상회한다. 19층 이하 저층부에는 고급호텔을 넣고 고층부(20~45층)에 레지던스를 넣는 구조인데, 호텔식 서비스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이 정도 가격은 강남 신축 아파트 분양가를 넘어선다. 45층에 들어설 전용 500㎡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무려 1700만 달러(189억원)에 이른다.

베트남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600달러로, 3만 달러인 한국의 8% 수준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서울 강남아파트 가격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호찌민 현지서 만난 아시아 최대 부동산 투자회사인 거캐피탈의 케니스 거(Kenneth Gaw) 대표는 “서울 고급주택이 평당 6000만원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홍콩 고급주택은 3~6배 정도, 싱가포르는 20~40% 정도 비싸다”며 “소득대비 서울의 집값은 매우 싼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집값을 잡는다는 명목 하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을지면옥 등 노포를 보존한다며 10년 넘게 진행돼 온 세운상가 재생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린 게 대표적이다. 세운상가 내부의 사업장 중에는 화장실이 없어 근처 지하철 공용화장실을 활용해야 하는 시설물도 수두룩하다.

서울의 대표 부촌인 강남구도 높은 재건축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40년 넘는 흉물아파트가 즐비하다. 호치민 사이공강변의 초고층 럭셔리 아파트는 이제 서울에서 꿈도 못 꿀 일이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가치는 결국 가격으로 표현된다. 서울 집값은 결국 서울의 생산력과 매력에 비례한다. 무조건 서울 집값을 억누르려는 건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는 이유다.

노후화되고 슬럼화 된 서울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가치를 높이고, 그에 따른 이익은 적절히 환수해 재분배하면 된다. 주거수요가 많은 곳을 고밀도 개발해 재건축 수익성을 높여주고, 그만큼 임대아파트나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다수 포함시키면 된다.

‘상하이의 푸동’을 꿈꾸는 호찌민, 그곳에서 바라본 서울은 미세먼지 탓인지 지독한 잿빛이었다.

[전범주 매일경제 기자] bom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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