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2002년 2월 브리핑에서 이라크와 테러리스트 간의 연관이 있냐는 질문에 ‘알려지지 않은 무지(unknown unknowns)’가 있다는 답변을 남겼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위협이 있다는 의미다. 당시 이 발언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정치인이, 그것도 전쟁의 명분을 말하는 자리에서 ‘증거를 못 찾았다는 것이 꼭 증거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은 유죄추정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낙제점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의 불확실성과 이에 대비하는 인간의 한계를 설명하는 데에는 이만큼 적확한 표현도 없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감상이다.

현재 인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토대로 한 건설 등 각 산업군의 연결성과 인공지능을 토대로 한 생산의 자동화가 극대화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돌입했다. 많은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찬양한다. 

반면 다른 이들은 러다이트 운동의 예를 들며 사회 구조의 개선이 없는 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19세기 초, 기계가 널리 도입되며 건설산업, 제조업 등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하지만 향상된 생산성으로 인해 가능해진 다른 신산업에서 그만큼의 고용을 이끌어내 사회적인 충격을 완화했다.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반드시 사람이 종사해야 하는 산업들이 부상한 덕이다.

현재 우리가 체감하는 기술의 발전과 혁신의 속도는 18세기의 산업혁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당장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량이 초기단계이지만 현실화됐다. 운송업 종사자들의 직업안정성에 심각한 의문부호가 제기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의사, 회계사, 펀드 매니저와 같은 전문직도 상당 부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류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갈림길 직전에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큰 희망은 지금의 상황이 ‘unknown unknowns’가 아닌 ‘known unknowns’, 즉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래를 앞두고 다양한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규제를 풀고 보다 기업의 활동폭을 넓혀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을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견해는 경제적인 부분에만 매몰돼 있으며, 정작 문화 지체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

필자는 이제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힘을 모아 인간이 인공지능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설계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정해진 틀이 있는 바둑, 체스와 같은 게임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정해진 틀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적인 문제를 예측하고, 이를 트러블 슈팅할 수 있는 인재의 발굴이 필요하다.

건설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수많은 첨단 기술이 개발·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운용할 인재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역할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현실화시키는 투자가 해답인 것이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변화하는 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 인천 계양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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