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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공시지가 현실화로 얻는 것, 잃는 것
  • 김순환 문화일보 기자
  • 승인 2019.03.1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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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시하는 표준지 공시지가는 야누스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에서 대표성 있는 50만 필지를 골라 땅값을 산정하는데 매년 전국의 대표적인 토지와 건물에 대해 조사·발표한다. 공시지가는 토지의 시세와 직결돼 보상비와 세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공시지가가 올라갈수록 거래 가격은 높아지고, 개발을 위한 보상비도 많이 든다. 개발의 미래가 열려 있는 땅을 가진 지주 입장에서는 공시지가 오를수록 좋은 셈이다.

이에 따라 개발이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 토지를 갖고 있는 지주들은 공시지가가 높아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개발 가능성이 낮은 토지 소유 지주들은 공시지가가 오르지 않기를 원한다. 공시지가가 높을수록 양도소득세·상속세·종합토지세·취득세·등록세 등 국세와 지방세 등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물론 개발부담금·농지전용부담금, 건강보험료, 기초연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시지가는 발표될 때마다 지주들의 서로 다른 이의신청이 많다. 올해도 국토교통부의 전국 표준지(2019년 1월 1일 기준, 공시대상 토지 3309만 필지 중 50만 필지) 공시지가가 발표 전 이의신청(총 3106건)이 봇물을 이뤘고, 시위도 잇따랐다. 이의신청 건수는 지난해 2081건에 불과했는데 올해 49%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의신청을 분석해 보면 공시지가 하향 조정(반영)이 642건이었지만 상향조정이 372건이었다. 하향 조정을 요구한 이들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상향을 요구하는 이들은 보상비를 많이 받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률은 뜻밖에 낮다. 정부가 공시지가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2012년 국토부가 2006년 이후 축적된 실거래가 문서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도 공시지가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전국 평균 58.72%에 불과했다. 편차는 49.82%(강원도)에서 73.61%(광주)로 격차가 컸다.

참여연대는 최근 2017년 기준 전국 단독·다가구주택의 공시지가 실거래가 반영률이 평균 48.7%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이처럼 저조한 실거래가 반영률로 인해 지난 14년간 덜 걷힌 토지 보유세가 7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아파트 시세반영률은 70% 수준으로 하고 상가 업무빌딩, 고가단독주택 등은 시세를 30~40%만 반영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말 조세 형평성 등을 감안해서 인지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를 평균 9.13%나 올렸다. 이는 지난해 5.51%보다 3.62% 포인트나 올린 것이다. 서울의 경우 공시지가가 17.75%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대구는 9.18%, 광주가 8.71%로 뒤를 이었다.

공시지가 현실화는 다양한 장점을 가져오지만 다른 한편으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공시지가를 현실화할수록 높은 보상비로 인해 국가와 기업의 미래, 지속가능한 한국경제 발전 측면에서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당장의 땅값 상승 억제와 조세 형평성 이전에 공시지가 현실화가 국가 백년대계에 미칠 영향을 먼저 인식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순환 문화일보 기자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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