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기술 미리보기 (3) - 열에너지 수송 PCM 캡슐

◇KIST 신유환 책임연구원

물질이 기체와 액체, 고체로 형태가 변할 때 흡수 또는 방출되는 ‘잠열(Latent heat)’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이를 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난방을 위해 주로 활용하는 물보다 잠열 에너지를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는 상변화물질(PCM, Phase Change Material)을 만들고 이를 타원형의 구슬모양 캡슐에 담아 수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건축자재에 물질을 함침(투입)시키거나 계절별 온도차이를 활용하는 계간축열(季刊蓄熱)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 제로에너지빌딩 분야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신유환 박사팀은 최근 에너지 분야 국제저널인 ‘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에 PCM 열 수송 기술을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발생한 지역난방공사 온수관 파열 사고는 낡은 온수공급 시스템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가정에서 50℃의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 지역난방공사는 110℃가 넘는 용수를 고압배관으로 전달한다.

신유환 연구팀이 개발한 상변화물질(PCM)을 사용하면 고온 용수의 수송문제가 해결된다. PCM이 약 50℃의 온도를 유지한 채 이동하더라도 같은 온도의 일반 물보다 70배 이상의 많은 열을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은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해 환경적, 경제적 이점을 갖고 있어 차세대 난방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잠열의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을 예로 들면 물이 얼음이나 수증기로 변할 때 0℃ 또는 100℃의 열 교환이 있어야 한다. 열 출입이 있다고 즉시 형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열(잠열)을 일정량 지속적으로 흡수·방출해야 변한다.

◇가루 형태의 마이크로 캡슐(왼쪽)과 PCM에 물을 섞어 만든 열매체유(오른쪽)

PCM은 고체와 액체 간 형상이 변하는 온도를 50℃로 설정했고 잠열도 더 많이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상태의 물질을 캡슐에 담아 열에너지를 주입 후 이동시켜 건물 등의 열 변환기를 통해 물질 속 에너지를 밖으로 방출시켜 난방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PCM 캡슐 개발로 기존보다 열전달 성능은 5.5배 증가시켰고, 열 저장 소요시간은 절반으로 줄였다.

신유환 박사는 “PCM은 에너지를 많이 갖고 있고 부피도 작은 장점이 있다”며 “소각장의 미활용열이나 태양열을 통해 PCM 캡슐에 열을 담고 이를 주거지 인근에 에너지스테이션으로 옮겨 온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또 “지금까지의 연구는 물질을 만들고 캡슐에 담아 운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응용 분야의 연구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열 에너지 플러스 빌딩’으로 이름 지어진 응용연구는 건물 외벽 안에 PCM 캡슐을 저장한 뒤 여름에 열을 담아 건물 지하 20m에서 보관하다가 겨울에 꺼내 쓰는 계간축열 방식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벽지나 벽돌, 시멘트 등에 PCM 물질을 담아 사계절 내내 적정온도를 유지시키는 방식도 연구 중이다.

신유환 박사는 “연구결과 공개로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2025년까지 민간에 보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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