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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칼럼>‘바닷모래 현안’ 물위로 끌어올릴 때다
  •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 승인 2019.04.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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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때문에 죽겠습니다”

최근 만나 “잘 지냈느냐”는 인사에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가 한 답이다. 주택 착공 실적이 올해 들어 줄면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데, 바닷모래까지 채취가 불가능해 비용이 엄청 늘었다는 얘기였다.

통계에서 확인된다.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해양수산부 등의 바닷모래 채취 반대로 인해 바닷모래 채취량이 급감한 것이다.

정부는 이때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등에서의 바닷모래 채취를 금했다. 이에 따라 2016년 대비 2017년 바다골재(모래)는 2928만5000㎥에서 1946만7000㎥로 981만8000㎥ 감소했다. 2017년 바다골재 채취량은 전체 공급량의 11.4%로 전년 17.4%에 비해 급감했다. 바다골재는 지난 2002년부터 채취가 시작됐다. 2002년부터 2017년까지 총 골재 공급량은 22억8432만㎥이고, 그중 바다골재 총 채취량은 3억8603만5000㎥로 16.9%를 차지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정부는 올해 골재 2억6569만㎥를 공급하고, 이 중에서 바닷모래로 2160만㎥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렇게 계획된 바닷모래 채취량을 채우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해수부 등 관계 기관과 어민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실제 3월 기준으로 인천지역 바닷모래 업체 매출은 0원이다.

채취가 어려워지니 모랫값도 오르고 있다. 단가뿐만 아니고 운송비까지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골재단가는 약 40% 정도 올랐는데 인천에서 가져올 때에 비해 EEZ가 아닌 평택·천안까지 내려가다 보니 운송료가 거의 두 배가 되어 전체적으로 골재가격이 껑충 뛰었다는 전언이다.

바닷모래 채취 업계도 고사 직전이다. 해사 채취가 1년 넘게 중단된 인천 지역 바닷모래 채취 업계가 줄도산 위기로 내몰렸다. 해사 채취가 4년째 완전히 끊긴 부산·경남권 기업 타격도 두드러진다.

해양 환경 변화를 최소화 하고 오염을 막기 위한 해수부의 바닷모래 채취 중단 취지엔 동의한다. 그렇다고 별다른 대안도 없이 이를 막아 버린 게 능사였을까.

바다는 조용해졌을지 모르겠으나, 부족해진 모래를 산이나 땅에서 찾다 보니 해양환경 오염보다 더한 육상오염이 촉발됐다. 바다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것보다 땅에서 모래를 캐내거나 돌을 부숴 모래를 만들면 그 정화비용이 6배 정도 더 든다는 분석도 있다.

산림골재 채취 및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도 지역 주민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골재를 레미콘공장이나 건설현장으로 운송하는 차들의 운송거리까지 길어지면서 경유차 미세먼지 증가 우려도 커졌다.

2016년 대비 2017년 산림골재는 5318만7000㎥에서 6054만㎥로 735만3000㎥ 증가했다. 비허가 골재는 같은 기간 7979만4000㎥에서 8378만7000㎥로 399만3000㎥ 늘었다.

한국의 모래부족 문제를 북한이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도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다시 북한에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북한 모래는 지난 2004년부터 일부가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문에 남북경협이 전면 중단되면서 반입이 끊겼다.

국토교통부와 해수부 장관이 이번에 바뀐다. 두 장관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바닷모래 기근 현상을 해소할 묘안을 찾아야 한다. 바닷모래 문제가 주택문제나 조선·해양·수산업 문제보다 우선 순위가 밀린다고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하며, 논의 테이블까지 치워버리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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