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기술 미리보기 (5) 극한환경건설기술

◇이장근 건설기술연구원 극한환경건설연구센터장

건축물을 사전 제작하는 모듈화와 무인타워 등 건설 자동화 기술로 단시간에 북극 에너지 플랜트 기지가 지어진다. 또 달의 표면에서 채취해 고형화한 건축 재료를 사용해 로보틱스 등 무인·자동화된 로봇이 달에서 소형 건축물을 만든다.

열악한 기후 환경 등으로 인간의 건설 활동이 제한돼 왔던 남·북극과 우주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이다.

최근 국내에서 이런 극한환경에 도전장을 내민 건설 연구팀이 있어 만나봤다. 바로 올해 1월 출범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극한환경건설연구센터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이장근 센터장을 통해 극한환경건설 기술에 대해 알아봤다.

연구팀은 주로 에너지자원의 보고인 북극 등 극한지에 플랜트 건설과 우주건설에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5년에서 10년 안에 국내 기술로 북극에 에너지 플랜트 건설 등을 가능한 단계까지 올려놓는 것이 목표다.

최근 극한지 플랜트 건설과 관련해 운송 및 하역을 고려한 모듈러 플랜트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의 핵심은 ‘축소’다. 극한지로 가는 운송환경이 일반 내륙과 바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빠 기존의 2000t, 3000t급 메가 모듈에 비해서는 작은 사이즈의 모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장근 센터장은 “공사기간 엄수와 물자 조달 등이 중요한 만큼 극한지 건설 성공 여부의 절반은 운송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동상이 일어나는 흙에 대한 평가(동상민감성 평가)가 가능한 실내시험법도 개발했다. 이는 동결지반을 대상으로 구조물 시공, 에너지자원 추출에 필요한 플랜트 설비시 활용되는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이다.

실제 적용 가능 여부를 테스트 해보기 위한 실증 작업도 진행 중에 있다. 경기도 연천에 ‘극한지 플랜트 건설기술 검증 파일럿 냉동 챔버’를 만들어 파일럿 규모의 실증 실험을 추진 중에 있다.

◇우주환경건설 기술 실증을 위해 우주와 유사한 환경을 모사한 실대형 지반열진공챔버

연구팀은 이와 함께 극한환경건설의 또 하나의 큰 축인 우주건설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우주건설에는 특히 인공 지능, 자동화·무인화, 신재생에너지, 우주건설 재료 개발 등의 미래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사람이 근접하기 힘든 환경인 만큼 건설 중 발생하는 문제를 기계 또는 장비가 스스로 해결하고, 각종 건설 재료도 현장에서 제작·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현재 달 표면을 태양광에너지로 녹여 고형화해 건설재료로 쓰는 원천 기술 개발과 달 지형도 제작에 필요한 카메라가 장착된 이동체 제작, 우주용 시추장비 시제품 개발 등에 성공했다. 앞으로 이같은 기술과 로보틱스 등 건설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달기지 건설 목표를 이뤄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센터장은 “인공 지능과 자동화 등 고도의 기술들이 집약돼 이뤄지는 게 우주건설 기술인 만큼 향후 건설기계 장비의 자동화 기술 발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국내의 극한환경건설 기술이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단기 성과 중심의 연구과제보다 정부 차원의 장기프로젝트들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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