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대지급보증 약관의 함정

현행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대금지급보증 약관은 ‘발주자로부터 선금이나 기성금 또는 준공금을 수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의 당좌거래정지 또는 파산으로 인해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만 보증토록 해 보증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보호돼야 할 하도급대금이 대부분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될 뿐만아니라 지급보증의 원래 목적마저 상실되고 있다.

말하자면 제도도입 취지에 반하고 있는 셈이다. 하도급대금의 지급보증은 원사업자가 당좌거래정지 또는 파산된 경우 뿐만아니라 발주자로부터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나 원도급자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모든 경우에도 당연히 지급보증돼야 마땅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건설공제조합 약관은 ‘하도급대금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로 지급보증 사유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

하도급대금지급보증의 도입취지는 원사업자 부도나 하도급대금 미지급에 따른 수급사업자의 연쇄부도 혹은 자금난의 초래, 부실공사의 유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원사업자로 하여금 지급보증을 하도록 한 것이다. 법 취지를 볼 때도 건설공제조합은 부도나 파산 뿐만아니라 하도급대금을 미지급한 모든 사유에 지급보증을 해야 하는게 맞다.

건설공제조합은 하도급대금지급보증을 사실상 대부분 독점하고 있다. 고객인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다른 보증기관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 건설공제조합이 합리적인 약관을 사용하지 않으면 업체들의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피보험자의 권리를 과다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건설공제조합 하도급대금지급 약관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고객에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란 점에서 그렇다. 하수급업체가 지급받지 못한 하도급대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요구해도 원사업자가 선금이나 기성금 또는 준공금을 수령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좌거래정지나 파산이 된 경우가 아니면 보증을 받지 못한다. 하수급자의 실질적인 보호가 제약받고 있다.

건설공제조합의 약관은 전문건설공제조합,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등 다른 두 조합의 보증책임 약관과 비교해 봐도 문제가 있다. 건설공제조합만이 보증책암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과 설비건설공제조합 약관은 하도급대금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생기는 하도급대금 미지급에 대해 보증을 해주어 하수급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하도급계약은 원수급인과 하수급인 사이의 도급계약으로 원도급계약과는 별개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발주자 부도 등의 사유로 선금이나 기성금 또는 준공금을 수령하지 못한 경우에도 반드시 하도급대금은 지급돼야 한다. 하도급법 규정은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매월 공사대금을 수령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적용되고 선급금의 경우에도 하도급계약조건에 선급금을 별도로 규정한 경우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말하자면 원사업자는 발주자로부터 대금수령을 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급사업자가 실제 시공한 부분에 대해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게끔 돼 있다.

건설공제조합의 약관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불공정 약관이며,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은 보증책임까지도 회피함으로써 고객인 건설업자가 부담하는 보증수수료에 비해 실질적인 보장을 받기 어렵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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