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의원 “공정위·조달청 간 법령 해석 이견으로 유명무실” 지적

상습 하도급 ‘갑질’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벌점 제도’가 부처 간의 법령 해석 이견으로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다는 지적이 국회서 제기됐다.

14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조달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부처 간 법령 해석 차이로 상습 갑질 하도급 업체에 대한 공공입찰 참가 제한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 계열 정보기술(IT)·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인 포스코ICT는 올해 초 조달청의 나라장터 입찰을 통해 총 사업비 170억원에 달하는 ‘서울시 자동차 통행관리 통합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하지만 낙찰 1년전 포스코ICT는 공정위로부터 공공입찰 퇴출 대상으로 선정됐었다. 공정위는 한 원도급업체가 하도급법을 반복해서 위반해 기준 벌점을 넘으면 조달청 등 공공입찰에서 퇴출하는 제도를 2008년 도입했다.

포스코ICT는 부당 특약과 대금 미지급, 지연이자 미지급 등 행위로 하도급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해 입첼 제한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 만에 첫 사례가 됐다.

그런데도 포스코ICT는 조달청에서 나온 공공입찰에 문제없이 참여해 백억원이 넘는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김병욱 의원은 “부처 간 ‘핑퐁게임’으로 인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조달청에 포스코ICT 등 2개 업체가 공공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조달청에서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근거로 들어 “제한이 곤란하다”고 답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시행령 76조 2항을 보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대상을 ‘계약상대자, 입찰자 또는 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으로 견적서를 제출하는 자 중 부정당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조달청은 이 조항의 시제가 ‘현재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제한 요청이 있던 당시엔 포스코ICT가 조달청의 계약상대자가 아니어서 제한할 수 없었다는 논리다.

조달청 관계자는 “벌점과 관련한 첫 제한 사례였지만 법령 자체가 모호한 점이 있었다”며 “당시 시점에 계약상대자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회신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는 공공조달 시장 퇴출을 통해 상습 하도급 갑질을 예방하자는 제도 취지를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요청한 해당 시점에 입찰 참여가 없었다는 이유로 제한을 거부한 것은 대기업 계열사에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포스코ICT는 조달청의 공공입찰 제한 거부 이후 4차례 더 입찰에 참여했고, 올해 100억원대 사업을 따내기까지 했다.

김 의원은 아울러 공정위 역시 제한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면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법률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뒤늦게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법률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 국가계약법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공정위와 협의해 하도급법을 어겨 벌점을 넘은 기업은 모두 입찰참여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김병욱 의원은 “유명무실했던 하도급 갑질 벌점 제도가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후 처음 작동했지만, 관련 체계를 전반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제재는 불신만 조장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시행령이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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