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 ‘국가계약법 혁신 세미나’ 개최하는 추혜선 국회의원

추혜선 의원(정무위원회,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안양시위원장)이 오는 26일 ‘건설 산업 선진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혁신 세미나’를 개최한다. 현행 국가계약제도에서 빠져 있는 하도급자 권리 보호를 선진국처럼 국가계약법에 추가해 ‘을’을 보호하자는 독특한 취지의 세미나라 하도급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혜선 의원을 만나 세미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건설 산업 선진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혁신 세미나’를 준비 중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 건설·건축 산업은 산업특성 상 타 산업에 비해 하도급 거래구조가 더욱 더 공고하게 구축된 분야로 그만큼 하도급업체의 피해 사례도 많습니다. 문제는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주자로 있는 사업에서조차 이런 불공정행위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서부터 발주자가 책임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법과 제도를 개선해 민간영역에서도 이러한 내용들이 확대반영될 수 있도록 건설·건축 현장에서의 불공정관행들을 살펴보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하도급법은 실시간으로 하도급자의 권리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만큼 국가계약제도를 손봐 하도급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주장이신데 기존의 법체계와는 달라 흥미롭습니다. 조금 더 설명해 주신다면?

- 하도급 거래구조에서 발주자들은 하도급업체에 불공정행위가 일어나면 원사업자의 책임이라며 발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도급 갑질은 비용절감을 목표로 원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발주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불공정행위의 근절을 위해서는 발주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갑질 근절, 공정경제 실현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발주한 사업현장에서도 이런 사례가 빈번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도급법의 사후규제 체계가 아닌 사전에 발주자에게 책임을 지우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규제 체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행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은 정부와 원사업자 간의 계약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동일사업에 참여하는 수급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책무는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가 발주한 사업만이라도 발주자로서 하도급업체에 대한 불공정관행들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개정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의정활동 중 갑질 피해를 입은 하도급업체들을 만나시면서 법체계 개선에 대한 필요성까지 느끼신 것 같습니다. 이같은 주장을 하시는 구체적인 이유와 계기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 이번에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국회 입법조사처를 통해 해외 선진국의 제도들을 조사해보니 사적 계약의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미국에서도 연방조달규정(FAR)을 통해 국가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계약 내용이 적절한지를 살피고,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의무 이행을 다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최종 대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급사업자 등 모든 참여자에 대한 관리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독일이나 영국, 일본에서도 하도급 관계에서 적절히 대금 지급이 되고 있는지를 발주자인 정부가 관리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부분을 사인 간의 거래라는 이유로 사각지대로 방치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하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대책도 고용규모의 9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가능한 얘기입니다. 적어도 정부가 발주한 사업에서는 갑질에 망하는 중소기업들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외사례들을 참고해 법안을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의정활동 기간 중 원도급업체의 갑질로부터 피해를 입은 하도급업체들을 많이 만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느낀 점을 말씀해 주신다면? 또 향후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 당의 공정경제민생본부장을 맡으면서 수많은 하도급 갑질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4차례의 갑질피해 증언대회를 개최하고, 이 외에도 토론회나 기자회견, 국정감사를 통해 접했던 자동차산업, 조선업, 건설업의 하도급 피해업체들에 가해진 불공정행위들은 업종과 관계없이 마치 ‘갑질의 공식’이라도 있는 듯 동일한 행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도급 업체들은 단가 후려치기, 대금 미지급, 계약서 미교부, 부당특약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당하면서도 거래하는 동안에는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억울하고 힘들다고 말할 권리’조차 갖지 못합니다. 결국 가만히 견디고 있으면 회사가 망하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언론이나 국회에 억울함을 호소하면 대형로펌을 앞세운 원도급업체에게 명예훼손, 업무방해, 심지어는 공갈죄로 구속까지 당하는 진퇴양난의 삶을 하도급업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경제민주화나 공정경제는 이들에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입니다.

결국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을’들이 권리를 주장하고 갑질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지난 3월 원청의 불공정행위로 부도 위기에 처한 하청업체가 납품을 중단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거래조건 개선을 위해 원청에 공동행동을 하는 것을 ‘담합’으로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계속 강조해왔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의 혁신성장을 위한 동력은 공정경제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하도급업체들이 갑질에 고통받지 않고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더 많은 법과 제도를 살펴 개선해나갈 것입니다. 또한 지금껏 그래왔듯이 저를 찾는 수 많은 갑질 피해자들의 손을 놓지 않고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을 때까지 함께 싸워나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한전문건설신문은 ‘을’인 하도급업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대기업과 대형로펌의 횡포에 눌려 갑질을 당하면서도 억울하다 말조차 못하는 것이 지금 ‘을’들의 모습입니다. 실제로도 피해업체들을 만나보면 ‘말이라도 할 수 있어서, 들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들을 항상 하십니다.

대한전문건설신문이 건설업계 ‘을’들의 대변인으로서 이들의 피해사례와 억울함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더불어 전문건설업계의 전문지로서 우리나라 건설 산업의 발전에도 매우 큰 역할을 한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국회를 대표해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권력과 자본을 비롯한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깔끔한 신문’, ‘강한 언론’이 되기를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길이겠지만 대한전문건설신문은 반드시 이러한 정도를 걸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애독자로서 진심을 담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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