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정임금제’ 무엇이 문제인가

적정임금제에 대한 우려는 제도도입 추진 초기부터 있었다.

건설업의 평균임금인 시중노임단가를 최저임금으로 보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적정임금제의 시작이다. 임금을 올려 청년층의 건설현장 유입을 늘리고 외국인근로자 불법채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시중노임단가가 공사비 산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임금 결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또 근로계약 조건을 노사가 아닌 공공부문이 정하는 것이 옳은지도 논란이었다.

서울시가 2017년부터 ‘3불 대책’의 일환으로 적정임금 지급을 의무화하고, 표준근로계약서를 개발해 같은해 7월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벤치마킹해 지난해 4분기부터 10건의 시범사업을 발주했다. 특히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건축공사 2건에 적용 중이고, 올 초 선행공종의 하도급자를 선정하고 진행 중이다. 이처럼 적정임금제 적용이 확산되면서 건설현장의 반응은 좀 더 직접적이다.

우선, 표준근로계약서를 통해 주휴수당을 별도지급하게 되면 임금인상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 동안 소정 근로일을 개근한 자에게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소정근로일을 5일로 볼 경우 근로자 임금은 20% 상승하고, 6일이라면 약 17% 오른다.

근본적으로 적정임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공사원가에 각종 수당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대 20%의 임금인상 요인이 있는 주휴수당에 대해 발주자는 부담할 책임이 전혀 없고, 전문건설사는 반드시 지급해야하는 구조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에야 주휴수당을 예정가격 작성기준에 반영토록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서울시는 이미 적정임금제를 시행중이다. 시 공사계약특수조건은 이 제도를 따르지 않은 경우 손해배상 청구 및 계약해지를 할 수 있게 정하고 있다. 빵 값만 주면서 우유까지 사오라고 시키고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겠다고 으름장도 놓은 모양새다.

설상가상 근로자들의 생산성 하락도 업체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적정임금제의 가장 큰 애로사항도 결국 노조문제로 귀결된다”며 많은 임금을 주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 덜하고 임금 더 받는’ 적정임금제에 대해 노동계에선 적극적인 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토목분과위원회는 오는 7월 ‘공공기관 표준근로계약서 준수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LH의 창원가포, 평택소사벌 아파트 현장과 서울시 발주공사에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과 기성집행여부를 직접 확인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올해부터 국토부의 적정임금제 시범사업도 본격 시작됐다. 서울시의 표준근로계약서와 동일한 양식이 활용되고 임금 산정기준 역시 같다.

전문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적정임금제가 당초 목표대로 건설현장에 순기능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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