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제연구원 과징금 부과 비교법적 연구 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 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업체에 부과하는 과징금제도를 더 세게,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향으로 대폭 개편을 예고했다.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법제연구원은 공정위 의뢰로 작년 말 ‘경쟁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제도의 비교법적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공정위는 이 내용을 토대로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수렴에도 나설 예정이다.

연구원은 우선 보고서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에 부과되는 과징금에 제재적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과징금은 다른 해외 국가들과 달리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어 부당이득 이상의 제재가 필요한 사건에서 구체적인 타당성을 기할 수 없고 부당이득 산정 자체가 어려운 사건에서도 과징금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비교해 유럽연합(EU), 영국, 독일, 미국 등은 제재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 제재금을 부과하고 있어 불법 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면 제재금 수준을 조정하고 행위자의 비난 가능성이나 처벌 민감도 등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적절하고 타당한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해외와 마찬가지로 과징금의 제재적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원은 제언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재량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쟁당국의 과징금 산정 과정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며, 과징금의 부과를 경직화하는 것은 개별사건의 구체적인 특성을 무시하는 과징금 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이어나갔다.

연구원은 “기업이 과징금 수준을 계산할 수 있게 되면 예상수익과 과징금을 비교해 예상수익이 큰 경우 오히려 법 위반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에 더해 “과징금 부과에 대한 공정위의 재량권을 축소하기보다는 공정위 담당자가 과징금 액수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부과기준율을 선택했고 왜 그와 같은 가중 또는 감경 사유를 선택했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도 차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담합의 경우 담합에 의한 가격의 인상폭은 기업규모 등에 좌우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영업이익률의 차이가 있으며, 기업규모를 구분하지 않고 일정한 부과기준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중소기업에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부담이 부과된다는 의견을 냈다. “중소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부과기준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징금 가중·경감 요소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주장했다.

연구원은 “법 위반을 반복한 경우, 조사거부 또는 조사 방해를 한 경우, 위반행위를 주도하거나 교사한 경우, 이사진 또는 고위 경영진이 개입한 경우,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위반행위를 한 경우,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에 대해 경고 또는 조언을 받았음에도 법을 어긴 경우 등은 과징금 가중 사유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감경 사유로는 과실에 의한 위반이거나 관여도가 낮은 경우, 다른 사업자의 협박이나 강압 때문에 법 위반이 이뤄진 경우 등이 제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 제도의 개편을 고려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을 열어 의견수렴 등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