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가계약법령 위반…예정가격 내에서 낙찰자 결정해야”

조달청의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감사원은 조달청이 애초 한은의 입찰예정가보다 높게 써낸 계룡건설을 낙찰예정자로 선정한 것은 국가계약법령 위반으로, 이로 인해 462억원의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조달청장에게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직원 4명을 징계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문제가 된 입찰에 대해 예산 낭비 여부와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30일 감사원의 ‘조달청의 예정가격 초과입찰 관련 공익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달청은 2017년 12월 한은 별관공사의 낙찰예정자로 입찰예정가(2829억원)보다 3억원 높은 금액(2832억원)을 써낸 계룡건설을 1순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당시 차순위 업체는 삼성물산으로 계룡건설의 입찰예정가보다 589억원 적은 2243억원을 적어냈다.

삼성물산은 계룡건설이 1순위로 선정되자 예정가격을 초과한 입찰 허용이 부당하다는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조달청은 이런 이의제기가 있었는데도 국가계약법령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예정가격 초과입찰 가능 여부를 질의하지 않았다.

한은 별관공사는 예정가격 초과 논란이 이어지면서 최근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상태다. 만약 계약이 체결된다면 낙찰예정자인 계룡건설과 차순위 업체인 삼성물산 간에 462억원의 입찰평가금액(입찰가격+관급 자재 금액)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공사 금액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만큼 예산 낭비가 이뤄지는 것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은 예정가격을 작성해야 하고 예정가격 범위 내에서 낙찰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조달청은 예정가격을 기준 범위로 삼지 않고, 예정가격과 관급 자재 금액을 합산한 ‘가격평가기준금액’을 기준 범위로 삼아 낙찰자를 선정했다.

감사원은 “법령상 근거 없이 임의로 가격평가기준금액을 만들어 이를 낙찰자 결정기준으로 삼아 국가계약질서를 문란하게 해선 안 된다”며 “입찰금액을 예정가격 내로 제출한 자 중에서 낙찰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도 지난해 11월 조달청에 “예정가격 범위 내 낙찰은 예정가격을 작성하는 모든 입찰방법에 공통 적용되는 원칙으로서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조달청이 2011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예정가격 초과입찰을 허용하는 입찰공고를 낸 것은 한은 별관공사를 포함해 총 24건에 달한다. 그 결과 18건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중 6건은 예정가격을 초과한 업체에 낙찰됐다.

입찰이 진행 중인 나머지 6건 가운데 한은 별관공사는 낙찰예정자만 선정된 상태며, 예정가격 초과 문제로 ‘올림픽스포츠 콤플렉스 조성 공사’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 신축공사’ 등 2건은 입찰 집행이 중지됐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공주센터 신축공사’ 등 3건은 예정가격 이하로 입찰하도록 정정 공고한 상태다.

이미 계약한 6건의 경우 계약금액 합산액이 차순위 업체들이 제안한 금액보다 약 61억원이 많고, 낙찰예정자만 선정한 한은 별관공사의 차액 462억원까지 합하면 총 523억원의 입찰평가금액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감사원의 분석이다.

감사원은 관련 업무 과정에서 입찰 기준 수립·집행 등의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조달청 직원 1명에 대해 정직 처분하고, 3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 징계 처분할 것을 조달청장에게 요구했다.

또한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한은 별관 건축공사 등에 대해 국가계약법의 취지, 예산 낭비 여부, 계약 당사자의 책임 정도, 입찰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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