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실적 시즌이다. 시즌이 다가오면서 만개한 봄꽃처럼 반가운 ‘어닝 쇼크’를 기대했지만 허탕이었다. 건설사 이야기다. 한국 건설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첩첩 규제로 국내 주택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해외 수주마저 부진한 탓이다.

1위 삼성물산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9.7%다. 반 토막이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도 6.1% 줄었다. 지난해 대망의 ‘매출 1조원 클럽’에 들었던 GS건설은 1분기 영업이익이 51% 급감했고, 매출도 16.8% 줄었다. 대림산업은 매출이 18.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0% 떨어졌다. 두산건설은 수많은 직원이 희망퇴직했다.

올해 정부와 건설사들이 잔뜩 기대했던 해외건설부터가 죽을 쒔다. 올해 1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대비 52% 감소한 48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우리 기업들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을 작년 대비 크게 올려놨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가 보니 발주자 중심의 시장환경으로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 수주가 전년보다 어려운 실정에 맞닥뜨렸다. 이에 한국수출입은행은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실적을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떨어진 3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321억 달러였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 예상치가 최소한 작년 수준이라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올해는 국내 건설경기 하강에 따라 해외건설 수주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사의 실적 악화를 막는 버팀목이었던 주택건설 시장이 각종 규제로 이미 조정 국면이라 해외건설 수주 확대가 절실하다. 앞서 국내 건설수주액은 2007년 이후 평균 110조원 내외였으나, 2015년 이후 수주액이 큰 폭으로 증가해 2015년 158조원, 2016년 165조원, 2017년 160조원 등으로 올랐다.

2019년은 사뭇 양상이 다르다. 2017년 2월 13조6392억원→2018년 2월 9조5013억원→2019년 2월 8조5927억원. 국내 건설 수주동향이다. 2월 수주액이 해가 갈수록 떨어진다. 특히 올 2월은 1월 9조5000억원에 이어 2개월 연속 최근 3년 내 최저치이기도 하다. 건설경기 경착륙 우려가 가시화하는 것이다.

국내·해외 건설 수주가 동시에 침체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이 침체에 들어서면서 주요 분양일정이 연기됐고 해외수주도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둬 건설사들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분쟁 및 유럽 경기침체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해외건설 수주는 한국 건설사에 큰 부담이다. 선진 유럽업체의 가격 경쟁력도 따라갈 수 없다.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 속수무책(束手無策), 전호후랑(前虎後狼)이다. 그런데도 지난 연말 “해외진출을 통해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나서달라”고 건설사에 허망한 독려를 했던 정부는 지금 입을 닫았다. 대책도 없다. 정부의 건설산업에 대한 무시 또는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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