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노동절에 프랑스에서는 노조와 환경주의자와 ‘노란조끼’(gilets jaunes) 시위대와 복면을 한 급진 무정부주의자가 극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번에 이목을 끈 것은 지난 6개월간 스물 네 차례 과격한 토요일 시위를 벌였던 ‘노란조끼’ 시위대가 단순한 유류세 인상 반대 차원을 넘어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연례적인 노동절 시위에 참여한 점이다. 지난해 말 프랑스 정부는 ‘노란조끼’ 시위에 대응해 유류세 인상을 유보했고 대통령은 두 달간 전국 순회 국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대통령은 “많이 학습했다”고 했다.

대통령은 3월25일 마침내 소득세 인하를 발표했다. 동시에 친기업, 친시장, 친환경 개혁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그대로 표명했다. ‘노란조끼’ 시위대를 통해 대변된 국민 여론은 수용하면서도 국가경제를 위한 개혁에는 일부 집단적 행동에 휘둘리지 않고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적 이익보다 사회적 이익을 앞세우는 전략적 판단이 엿보인다.

우리 헌법 제33조에는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 제37조, 제38조 등에 따르면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형법 상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파괴나 폭력 행위는 허용되지 않으며 노조의 쟁의행위는 법과 사회질서에 위반되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사회적 집단행동에는 양면성이 있다.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서는 국민의 권리와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적극적인 집단행동이 필요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선거제도가 있지만 일회성이고 몇 년간이라는 시차가 발생하므로 시의적절한 집단행동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합법적 행동으로 위장한 부조리한 행태의 경우이거나 법제도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비도덕적 행태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법제도의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억울한 다수의 약자들은 집단행동으로 맞설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정당한 집단행동에는 분명히 사회 발전의 순기능이 있으므로 보호돼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집단행동이 ‘집단’의 관성적인 권력 행사와 배타적인 이기주의에 몰입될 경우에는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집단의 결집력이 강할수록 구성원의 내부 만족도는 높을지라도 사회적 폐해는 증폭된다. 집단행동의 초기 목적이 퇴색되거나 변질될 경우에도 자칫 역기능이 유발될 수 있다.

집단행동과 조직논리에는 개인이 의지하거나 숨을 수 있는 방어막이 있다. 개인이 사회적 약자일 경우에는 이 방어막이 사회적 필요와 유익을 더해 줄 수 있다. 반면 개인이 강자의 힘을 더욱더 행사하려는 방식으로 집단과 조직을 이용한다면 사적 이익의 증대가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될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5월1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검색한 결과 43건의 국민청원 및 제안이 등재돼 있다. 이 가운데 18건이 건설노조 활동과 직결된 사항이다. 건설 근로자의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 환경과 불안정적인 고용 여건을 고려하고 발주자-원청업체-하청업체-작업반에 이르는 중층적 의사결정 구조를 감안하면 건설노조의 역할은 중대하다. 건설노조가 근로자의 임금 보장과 근로 여건의 개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인력 공급, 산업 생산성 향상과 혁신의 공동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처럼 건설노조가 노조원 확보와 세력 확장을 위해서 건설현장에서 불법적으로 일자리 청탁을 하고 집단행동으로 현장에 영향력을 끼친다면 건설 산업의 사회적 비용은 증대될 것이다. 그 대가는 협상력이 가장 약한 하청업체와 작업반, 근로자 개인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약자 보호를 자청하는 노조가 오히려 약자에게 더 부담을 주게 된다.

집단행동에는 정당성과 윤리성이 담보돼야 한다. 집단 이기주의가 구성원의 사적 이익은 증대시킬지라도 그 대가로 사회적 손실을 파생시킨다면 집단행동은 사회적으로 제재해야 한다. 건설노조는 더 이상 약자의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강자의 힘으로 군림해서는 안 된다. 근로 여건이 개선되면 생산성의 향상도 병행돼야 한다. 건설현장의 원청-하청업체 사용자들도 더 이상 근로자들을 거친 일용직 품꾼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특히 공공 발주자와 정부는 건설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건설현장의 정당한 건설 활동 및 생산성 향상의 제도적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
건설현장의 갈등과 마찰은 서로 찔러대는 양 칼끝이다.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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