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대금직불시스템) 의무화를 앞두고 쓰는 척만 하거나 일부 기성 지급에만 이용하는 등의 꼼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부작용 개선보다 우선 의무화만 고집하고 있어 시스템 사용을 놓고 업계의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오는 6월19일부터 모든 공공공사에서 대금·임금 지급시 직불시스템 사용이 의무화된다.

하지만 현재 구체적인 시스템 운영 방침이 확정된 게 없고 사용하지 않아도 패널티를 주는 처벌 조항이 없어 ‘내 마음대로 운영’하는 지자체와 공기업 등 공공기관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A 공기업은 공사대금을 지급하면서 한두 차례 기성만 직불시스템으로 지급해 근거를 남기고 이후에는 해당 현장에서 시스템을 쓰지 않았다. 또 다른 공공기관인 B도 직불시스템에 대금이 나갈 계좌만 등록해 놓고 이를 사용한 것처럼 홍보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지자체와 공기업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쓰는 척 기록만 남기는 수법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건설업체들은 의무를 밀어붙이는 정부와 시늉만 하는 공공기관 사이에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직불시스템이 공무원망과 연동되지 않으면서 두 번 일을 하게 되자 공무원들이 사용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귀찮은데 정해진 운영방식이 없고, 안 써도 패널티를 주는 처벌조항이 없으니 쓰는 척만 하거나 쓰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공공기관들이 시스템을 제멋대로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시스템 사용에 대한 동반성장평가점수와 지자체합동평가점수 등 종합업체와 기관에 가점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시스템으로 100억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거나 몇 개 현장 이상에서 써야 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보니 한차례만 쓰는 등 시늉만 해도 가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일부 부작용은 인지하고 있으나 건설현장 체불 방지를 위해 공공공사 의무화와 민간 확대 등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시스템을 통해 체불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방안 등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미흡한 점은 추후에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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