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임금제가 지금 이대로라면 모래성처럼 겉모습만 멋진 채 쉽게 흐지부지 될 수 있어 보인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을 통해 여러 장점이 증명됐다고는 하지만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우선, 서울시 시범사업은 인력 사용이 많은 건축공사가 아닌 토목공사가 주 대상이었다. 토목사업은 건축사업에 비해 투입 인력량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임금 인상의 여파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한 시범 현장에선 내국인 고용이 95%에 달했기 때문에 적정임금제가 외국인근로자의 내국인 일자리 잠식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한다. 하지만 기자가 체감하는 외국인근로자 문제는 건축공사, 특히 골조공사에서 발생한다. 적정임금제를 통한 임금인상이 골조공사에서도 내국인 채용을 대폭 늘어나게도 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여러 제도들이 새로 시행될 때 서울시 행정이 중앙정부보다 앞서거나 선도적인 것은 사실이다. 적정임금제 역시 그 효과를 타 기관도 인정하기 때문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소건설사들의 제도 수용 가능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모르겠다.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중소기업들에게 부담을 떠넘긴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의 인력수급과 그 외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지역별 전문건설사들의 사업규모도 제각각이다. 적정임금제를 확산시키기에 앞서 제도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모래성은 아무리 멋지게 만들어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이나 밀물 때 들이친 파도, 소나기 빗방울에도 여지없이 쓰러진다. 적정임금제가 모래성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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