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요즘 건설 하도급 업체들은 위아래로 샌드위치 신세다. 위로는 원도급들의 상습 갑질로, 아래로는 노조의 갑질로 상처투성이다. 물론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이 조짐이 좋지 않다.

하도급에 대한 원도급의 갑질 행태는 시대가 변하고 처벌 범위와 수위가 높아져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0년 전 단골메뉴가 지금도 그대로이다. 최저가 낙찰제를 비롯해 하도급 단가를 후려쳐 낮추기 위한 다단계 입찰 및 네고(추가협상)는 기본이다. 간접비와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떠넘기기 등 각종 불공정 특약도 여전하다.

원도급의 상습적인 하도급 갑질을 막기 위한 벌점 누적제와 그에 따른 공공입찰 참가제한 조치가 그런 사례 중 하나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GS건설의 공공입찰참가자격 제한을 관련 부처에 요청했다. 2년 전인 2017년 4월 이 회사가 하도급법 위반으로 받은 누적 벌점이 제한선인 5점을 넘어 7.5점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동일과 화산건설(주)도 같은 조치를 당했고, 대우조선해양(주) 역시 제재 절차에 들어갈 위기에 빠져 있는 등 상습 하도급법을 위반하는 종합업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 누적 벌점이 10점을 넘으면 영업정지까지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칼은 뽑았지만 실행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벌점 감경제도가 있는데다 관련 부처들의 별도 심사절차 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장 행정소송 등으로 맞서면 또 하세월이다. 그런데도 종합건설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들 기업 구하기에 나섰다. 규제일변도의 하도급 정책이 원사업자들을 옥죄고 있다며 공정위 등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점점 더 도를 넘고 있는 노조들의 횡포는 또 어떤가. 건설 현장에 8~9개로 늘어난 노조단체들의 갑질행태는 과거 작업 방해와 같은 수준을 넘은지 오래다. 이들은 노조원 채용과 초보자 노조원의 숙련공 대우 등 생떼와 강요를 거부하는 일부 업체들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겁박한다. 또 현장을 장악해 공사 진행을 가로막는가 하면 원도급 본사까지 찾아가 쟁의를 벌이는 방법으로 업체들을 못 살게 굴고 있다. 결국 견디다 못해 현장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체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지난 1일이 마침 근로자의 날이었다. 진정한 근로자들의 권익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라도 일부 노조의 자체 권력화와 귀족화, 위선적 행동, 폭력 등과 같은 폭거는 이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고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하도급 업체가 있어야 원도급, 대형건설사도 있는 것이다. 원도급사도 그렇고 노조도 그렇고, 정도껏 해야 한다. 이쯤 되면 하도급 업체들의 생존이 문제가 된다. 위아래로 들이받히는데 배겨낼 업체가 과연 몇이겠는가. 건설시장을 비롯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 상황을 보라. 상생해도 시원찮을 판에 하도급에 대한 이런 식의 샌드위치 압박이 계속된다면 갈 길은 뻔하다. 공멸(共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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