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기술자 폐지 재검토해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학·경력기술자등 인정기술자제도를 전면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본지 편집국에는 정상적인 업무가 지장을 받을 정도로 인정기술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대부분이 국가기술자문회의 방침을 성토하는 내용이었다. 이미 배출된 22만명의 인정기술자들이 교육을 이수하는 등 정부 시책에 맞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왔는데 하루 아침에 이들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3년간의 유예기간을 주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물론 급속한 기술변화와 각종 재난에 대비한 안전관리 수요증대 등으로 고급기술자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전문기술인력 육성기반이 절실하다. 특히 이공계 전문인력은 하루빨리 양성해야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인정기술자폐지를 통해 전문기술인력 육성기반을 다지겠다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논리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다. 정부의 건설기술인력 수급정책에 의해 도입돼 지난 10여년간 시행해온 인정기술자제도를 전면 폐지해야만 전문기술인력의 육성기반이 다져질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국가기술자격자만 건설기술자로 인정하는 방안은 건설기술인력의 절대부족으로 건설산업의 마비를 초래할 위험이 있을 뿐아니라 인정기술자의 생존권 위기에 따른 엄청난 저항을 부를 것이 뻔하고 사회안전망 붕괴의 위험도 크다. 인정기술자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은 건설산업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합리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방안은 특히 공청회등 충분한 토론과 여론수렴이 미흡했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22만명의 기술인력과 거의 모든 건설업체들에게 치명적 충격을 안겨줄 방안을 마련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 과정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밀실행정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때문에 지금 건설업계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대해 각종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인정기술자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은 소수의 특정기술자만 우대하는 결과를 초래해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다분하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인정기술자들과 건설업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기존의 학·경력 기술자는 현행과 같이 건설기술자로 인정하고 향후부터는 기술자제도의 점진적, 단계적 개선과 보완을 통해 건설업체나 기술자는 물론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시켜 나가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건설업체에 근무하는 인정기술자 비율이 전체 기술인력의 38%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정기술자 대부분을 3년안에 국가기술자격자로 대치토록 급격히 제도를 변경할 경우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기술자격자의 합격률이 낮아 배출규모가 적기 때문에 인정기술자를 3년안에 국가기술자격자로 대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건설기술자 국가자격취득자 배출규모인 1만3천900여명을 기준으로 할 때 유예기간인 3년동안 배출할 수 있는 합격예상자는 4만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가자격자로만 대치할 경우 적어도 15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정기술자 폐지는 기존 기술인력들과 건설업체들에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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