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됐어예 아이구 고맙심더” - 김태구 진주지점 차장

사무실 나서는 발걸음
한없이 가볍기만 했고
가슴속엔 뿌듯함이…

최근 한국능률협회에서는 조합 진주지점 김태구 차장의 CS(고객만족)활동 수기가 타사에 모범이 될만한 우수한 고객만족 활동 사례로 보고, 제12회 대한민국 고객만족경영대상 시상식에서 개인부문 고객만족활동 우수자로 선정해 수상했다. 입선작 내용을 간추렸다.

그 날은 보증가능금액확인서 발급 마지막 날이었기에 오늘만 무사히 넘기면 퇴근 후 직원들과 함께 힘들었던 순간들을 회상하여 소주잔이라도 기울일 생각이었다. 하루의 시간은 별다른 사고 없이 흘러가기 시작하였고, 어느덧 퇴근시간은 다가오고 나는 하루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에 피곤한 몸이었지만 약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고객을 기다리며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 사건은 17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막 고객을 배웅하고 사무실로 들어와 생수를 한 컵 들고 자리에 앉아 서류를 확인하려는 순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꼬맹이와 그 손을 잡고 들어오는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아주머니는 머뭇머뭇하면서 우리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이 서류를 주면 보증가능금액확인서를 준다고 받아 오라던데요”라는 음성이 희미하게 들려오는 것이었다.

“예 이쪽으로 앉으세요” 라는 인사말을 건네며 “혹시 서류와 돈을 가지고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여기요”라며 건네준 것은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법인등기부등본이었다. “돈과 다른 서류는 없어요”, “이것만 가져가면 된다던데요”, “돈은 준비가 되셨나요”, “지금 남편이 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인데요 우선 이 서류를 갖고 조합으로 가면 된다기에 왔는데요”

일단 현재의 상황을 파악해야만 했다. 먼저 사장님과 통화를 하면서 대략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늘 14시에 돈을 주기로 한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 나도 급하게 여기저기서 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부족한 서류는 보완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알겠다는 답과 함께 준비되는 즉시 조합으로 다시 연락 달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일단 거래은행과 관할 관청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기다려 달라는 한편 아주머니께 서류 작성을 요청하니 내용을 모른다며 남편이 와서 작성하면 안되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또한 옆에 있던 꼬맹이는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은지 덥다며 칭얼거리고 있었다. 일단은 꼬맹이에게 사탕을 주며 기분을 달래주고 관련 서류를 넘겨받아 작성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17시50분이 지나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급해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돈을 마련하고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며 계속 알아보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퇴근시간을 물어왔다. 퇴근시간은 18시지만 사장님 일 마무리하는 시간이 퇴근 시간이라 말씀드리고, 마련된 돈부터 송금하시라며 계좌번호를 안내해 드리고 다시 한번 은행과 관할 관청으로 전화를 했다.

마침 퇴근시간이 조금 지난 뒤라 은행측과는 통화를 했지만, 관할 관청의 담당자는 퇴근을 한 후여서 담당자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여 문의를 했더니 보증금액가능확인서의 발급일자가 오늘이면 가능하고 내일이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럼 발급일자가 오늘이면 내일 아침에 제출해도 가능하냐는 물음엔 가능하다는 답을 하여 일단 안심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밖으로 나가 아주머니께 이제 가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렸고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꼬맹이와 함께 사무실을 나갔다.

이미 시간은 18시 30분이 지나고 있었고 우리는 퇴근을 뒤로한 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금을 주기로 한 사람과 아직까지 연락이 닿지않아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쉬는 것이었다.

기껏 지금까지 여기저기 전화해서 부탁하고 사정해서 길을 만들어 놓았더니 돌아오는 것이라곤 업무처리 후의 뿌듯함이나 보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결과가 되었기에…

사장님의 힘없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할 수 없제 지금까지 기다려 줘 고맙소. 내일 군청에 가서 한번 알아보고 다시 전화 하겠심더. 고맙소” 나도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사장님 고생했습니다. 내일 알아보고 전화 한번 주십시오. 혹시 모르니깐 휴대폰 전화 메모하시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기를 놓았다.

우리는 모두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소주나 한잔하자며 사무실을 나섰다.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하면서 허전한 기분을 달래고 있을 즈음 휴대폰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혹시 공제조합 직원 아니십니까?” 순간 떠오르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생각났다. “아! 사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그랬다.

“지금 막 돈이 준비 됐는데 우짜먼 좋겠십니꺼?” 이게 무슨 소린가? 지금 시간이 몇신데? 일단 다시 전화를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직원들과 함께 의논을 했다. 일단 돈이 문제였다. 그 시간에 돈을 찾을 수도 없었고 송금도 불가능했다.

이리저리 궁리를 하던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만약 돈이 통장에 있다면 텔레뱅킹이나 인터넷뱅킹으로 하면 된다” 혹시 하는 마음에 사장님께 전화를 다시 걸어 돈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니 친구 통장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전화나 컴퓨터를 이용하여 조합통장으로 입금시키고 사무실에서 보자는 말을 남기고 직원들과 사무실로 다시 올라왔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이 울려 받아보니 사장님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자금을 가진 친구와 같이 있는데 이 친구도 텔레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금 조합으로 가겠다며 전화를 끊는 것이었다.

잠시 후 검게 탄 피부에 옆집 아저씨 같은 두분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는 먼저 수인사도 없이 통장을 건네 받아 인터넷뱅킹부터 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았다. 허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그 순간 처음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텔레뱅킹 이용번호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친구분의 주민등록번호부터 계좌번호까지 될만한 숫자는 다 해봤지만 알 수가 없었다. 또한 텔레뱅킹에 가입되어 있는지 조차 몰랐기 때문에 해당 은행으로 전화를 했다. 기대와 달리 전화는 울리기만 할 뿐 받지를 않았다. 한참 후 자동 응답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끊고 사장님 친구분께 통장을 직접 만들었는지를 여쭤봤다. 직접 통장 개설을 하지 않고 여직원이 개설했다는 것이었다. 방법은 한 가지 뿐이었다. 일단 여직원에게 전화를 해서 알아보는 방법 뿐. 그 친구분의 도움으로 여직원에게 전화를 거니 신호만 울릴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절망이었다.

계속 전화를 거는 한편 문자와 음성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곤 한 30분쯤 지났을까? 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직원이 텔레뱅킹에 가입은 했다면서 조금만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순간 뛸 듯이 기쁜 마음을 억누르며 기다렸다.

나는 텔레뱅킹을 시작했다. 분명하게 들려오는 입금내역 소리에 안도와 기쁨의 한숨을 지었다.

보증가능금액확인서를 사장님께 전해 드리자 “다 됐어예 아이구 고맙심더. 참으로 고맙심더.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어디 가서 소주나 한잔 합시더”하시며 기분좋게 웃으시곤 우리들의 소매자락을 당겼다.

늦은 시간에 사무실을 나서는 우리 모두의 발걸음은 한없이 가볍기만 했고, 가슴속은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에 절로 웃음이 흘렀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