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건설안전 정책

건설재해가 심각하다. 두고 보며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노동부는 그 동안 무얼 했기에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초래하게 됐는지 해명해야 마땅하다. 노동부내에 설치된 건설안전추진반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무엇이 잘못됐기에 다른 산업분야는 재해가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건설분야에선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등 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지 밝혀야만 한다. 그래야 정책의 문제점을 찾을 수가 있고 대책을 수립할 수가 있다.

노동부는 건설안전업무를 건설교통부로 넘겨 건설관련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건설업계의 여론을 외면하고 건설안전업무를 자신이 맡겠다며 끝까지 고집해 왔다. 그 결과가 정작 이 지경이라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감당하지도 못할 건설안전업무를 꼭 붙들고 내놓지 않겠다고 고집하더니 결국 건설재해가 악화일로에 놓이게 됐다면 이는 누가 보나 노동부의 과욕이요, 밥그릇 챙기기가 초래한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노동부가 조사한 지난 9월말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종의 재해사망자가 545명으로 전산업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가 가장 많았을 뿐아니라 사망만인율도 2.26으로 광업, 운수창고업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재해자도 건설업종이 1만3천955명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해 제조업의 2만7천539명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특히 다른 산업에서는 재해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건설업만 유독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를 놓고 볼때 노동부가 건설업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란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말하자면 능력도 없으면서 업무만 붙들고 있는게 아니냐는 심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건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안전정책이 결과적으로 건설재해 감소 혹은 예방에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부는 아집에 빠져 그간 건설업계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건설안전업무를 건교부로 일원화하자는 업계의견은 물론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에서 재해율 산정제를 폐지하자는 업계의 여론도 철저히 외면해 왔다. 이 제도는 산재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늘어나는 건설재해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다면 왜 건설재해만 자꾸 느는 것인지 노동부는 군색한 변명을 할 것이 아니라 명쾌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재해율 산정제도로 인해 산재를 은폐하는 폐단이 심각하다는 조사결과는 노동부의 용역을 통해서도 수년전에 확인이 되었으나 노동부는 아직까지도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용역조사였는지 묵묵부답이다. 제도개선을 위한 업계의견 수렴이나 공청회 한번 제대로 열린 적이 없다. 무책임 그 자체다.

급기야 건설업체들이 재해율 산정제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제기하고 있는 판국이다. 들리는 바로는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재해율 산정제도를 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노동부의 반응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대안을 찾기위해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한 적이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탁상행정이 건설재해를 악화시키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셈이다.

노동부는 빨리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건설안전업무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면 다른 부처로 넘기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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