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꼬이는 환경 마찰

천성산 고속철 터널 관통 공사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지율스님은 지난 5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지율스님은 “환경부가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전문가 검토를 하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단독 검토를 했다”면서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한 (반대운동을) 이대로는 못 끝내겠다”고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7~8월 청와대 앞에서 58일간 단식 농성을 한데 이어 최근 부산시청 앞에서 10일째 농성 중인 지율스님은 이날 과천청사 환경부 앞에 앉아 시위했다. 환경부측은 아무런 반응를 보이지 않았으며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환경단체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곽결호 환경부장관은 한·베트남 환경장관회의 참석차 4일 저녁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한 상태였다.

환경부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설립된 정부 부처다. 이 정부 부처의 수장이 오히려 환경단체로부터 ‘직무유기’로 고발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환경정책의 웃지못할 현주소다. 지난19일 환경부는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터널 공사가 이 산의 습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철도시설공단측의 보고서에도 문제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10일부너 14일까지 사업자인 철도시설공단과 환경단체측을 모두 배제하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지질 지하수 전문가 2명과 국립환경연구원의 습지전문가 1명을 위촉, 철도시설공단이 2002년에 발표한 천성산 지역 자연변화 정밀조사보고서에 대해 검토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구간의 환경영향에 대해 감정을 취소하고 이달중 항고심 선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환경단체 등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환경문제가 계속 꼬이게 만든데는 누구보다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노무현대통령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과 경부고속철 천성산터널의 백지화를 무책임하게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노대통령은 결국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공론조사를 거쳐 결론짓겠다던 사패산터널은 공론조사는 해보지도 못한채 대통령 부부가 불교 원로를 직접 찾아가 협조를 구하는 형식을 취하고 나서야 공사가 재개될 수 있었다. 천성산터널 백지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고 이는 결국 지율스님과 같은 반대론자들에게 결정적인 구실을 제공하고 말았다.

지율스님이 청와대 앞에서 58일간 단식농성을 벌이자 청와대수석과 환경차관이 나란히 나와 환경단체와 함께 천성산 환경영향에 대한 전문가 조사를 공동으로 하기로 약속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또다시 덜컥하고 말았다. 차라리 대통령이 나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협조를 구하는 것이 더욱 떳떳한 모습이었을 것을, 대통령은 빠지고 실무자들이 나서 임기응변으로 수습하자니 일이 자꾸 꼬이고 있는 셈이다.

5년동안 찬반논란을 거듭해온 한탄강댐 건설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 한탄강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천변저류지와 소규모 홍수조절용 댐을 함께 건설하는 방안이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의해 제시됐지만 이 또한 문제를 키우고 있다. 한탄강댐건설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4일 한탄강댐 건설계획을 무효화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받아 들이고 임진강의 홍수조절을 위한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댐 건설을 백지화 한다면서 홍수조절용댐을 건설하겠다니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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