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낙찰제 확대 재검토하자

새 저가심사제가 덤핑입찰을 예방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개정된 저가심사기준이 처음 적용돼 21일 입찰에 부쳐진 순창~운암간 도로확장공사 1·2공구 낙찰률이 예가대비 59%와 62%선에서 결정됐다. 예상됐던대로 개정 심사기준의 약효는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공사의 낙찰률은 지난 2001년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된 이후 집행된 57건의 평균 낙찰률 57.33%와 비교해 2~5%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친 것이다.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된 벌교~주암 1공구 도로건설공사도 22일 입찰에서 예가대비 낙찰률이 60.4%에 불과했다. 개정 심사기준이 덤핑방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방침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건설산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공사 물량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최저가낙찰제가 대폭 확대될 경우 건설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말 건설산업연구원은 500억원 이상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공사로 최저가 적용대상이 확대될 경우 2004년 약10조원 규모의 최저가 공사가 발주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연평균 낙찰률이 2001년 65.8%에서 2002년 63%, 2003년 60.1%에 이어 2004년 4월현재 57.1%로 해마다 약 3%포인트씩 하락하고 있는 사실에 비춰볼 때 최저가낙찰제의 급격한 확대는 너무나 큰 위험을 안고있다. 최저가낙찰제의 무리한 시행은 장기적으로 부실공사의 개연성을 높일 수 있고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극도로 악화시킬게 분명하다.

사업시행 초기단계인 아직까지는 저가 낙찰공사의 부실화 우려가 그다지 표면적으로 두드러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낙찰률이 계속 낮은 상태를 보일 경우 장기적으로 부실공사는 피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

덤핑 수주업체들이 저가낙찰에 따른 손실을 겪는 것은 불가피하며 의도적인 부실공사는 아니더라도, 손실에 따른 공사비 투입이 어려워져 결국 부실을 부를 수 밖에 없다. 저가낙찰 업체들은 다른 공공공사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손실을 보전하려 할 것이며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경영악화를 겪게 되고, 장기적으로 공멸의 위기에 놓일 수 있다.

특히 현재 건설시장 상황은 중견업체 뿐 아니라 대형업체까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는 치열한 저가수주 경쟁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도급 가격수준이 적격심사제도하의 하도급 가격수준 밑으로 낮아져 하도급 시장은 예가의 30%대에 불과한 초저가 하도급이 성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건설업계에는 최저가낙찰제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가심사제와 이행보증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제도적 환경에서는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덤핑입찰과 부실공사 방지를 위한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최저가낙찰제는 예산절감, 기술개발, 경영혁신 촉진, 시장경쟁원리 부합 등 많은 장점이 있지만 지금처럼 덤핑입찰로 적정공사비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공사품질 저하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확보 마저 어렵게 만든다. 기술력을 바탕으로한 낙찰방식이 되지 못하고 단순한 가격경쟁에 머문다면 이는 업체의 기술개발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고 결국 건설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에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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