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하도급 제재 강화하자

건설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건설산업기본법은 일정비율 의무하도급제도를 폐지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 제도는 일반건설업자가 일정금액 이상 건설공사를 도급 받을 경우 일정비율 이상에 상당하는 공사를 전문건설업자에게 의무적으로 하도급하도록 한 제도다. 현재는 20억원이상 공사는 20%이상, 30억원이상 공사는 30%이상을 의무적으로 하도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일반건설업자에게는 1년이하의 영업정지 또는 의무하도급금액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돼 있다.

정부는 몇가지 이유를 들어 이 제도의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첫째,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하도급비율을 법으로 규제함으로써 효율적인 건설활동을 저해한다는 설명이다. 규제개혁위에서도 이 점을 이유로 지난해 9월 의무하도급제도를 폐지할 것을 의결하기로 했다. 국제적으로는 DDA(Doha Development Agenda) 협상 때 미국, 호주 등 10개국이 이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는 게 건교부의 설명이다. DDA는 WTO체제하 첫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남아있는 관세 등 각종 무역장벽의 감축과 환경, 지적재산권 등을 논의하는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건교부가 드는 두번째 이유는 제도도입 당시와는 달리 현행 실제 하도급 평균비율은 의무하도급 비율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이 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1995년 46.69%였던 하도급비율이 47.53%, 57.37%, 51.83%, 52.72%, 53.70%, 53.64%로 2002년까지 거의 줄곧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건교부는 의무하도급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일시폐지에 따른 전문업계의 부담과 제도 적응기간을 감안해 오는 2007년 1월부터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건교부의 논리는 일면 타당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허점이 있는건 사실이다. 정부는 ‘기업의 자율’을 의무하도급제도보다 훨씬 더 심한 규제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도입하는 직접시공제가 그 단적인 예다. 엄연히 하도급을 줄 수 있게 돼있고 분업화·전문화 시대에선 더 많은 하도급이 권장돼야 하지만 건교부는 직접시공제를 도입함으로써 그 만큼 하도급을 막고 있다.

실제 하도급비율이 법률에 정해진 하도급비율을 상회하기 때문에 의무하도급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됐다는 논리도 문제의 본질에서 비켜난 것으로 보인다. 의무하도급제도는 적법하게 하도급을 주는 업체 때문에 생겨난게 아니라 위장직영 등 불법을 막기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번 국감에서도 드러났듯이 불법하도급이 아직도 성행하는 마당에 전체적인 하도급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해서 의무하도급제도의 존치 근거가 약화됐다고 판단하는건 분명 무리가 있다.

사실 부실건설업체가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무하도급제도를 폐지하고 직접시공을 의무화할 경우 불법·탈법행위가 성행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불법·탈법행위가 성행할 경우 일반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분업화돼 있는 현행 생산체계가 무너져 버리고 결국 건설산업의 총체적인 부실을 초래할 위험이 다분하다. 정부는 의무하도급제도를 폐지할 경우 위장직영 등 불법하도급이 성행할 것에 대비해 최소한 법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놔야 한다. 자칫하다간 건설시장을 불법이 난무하는 무법지대로 만들 위험소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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