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율 산정 이대로 둘건가

건설재해 증가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재해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드러나지 않은 산업재해가 드러난 재해 만큼이나 많다는 사실이다. 건설업체들이 산재를 은폐하는 것은 입찰시 감점 등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재해율 산정방식과 재해율에 따른 입찰 가·감점제도는 노동부가 건설업체들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그 취지는 좋으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정부, 업계 할 것 없이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일반건설업자는 재해율이 높으면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및 적격심사에서 감점을 받아 공사수주가 어려워질 뿐만아니라 시공능력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되므로 하도급 현장의 산재사실을 가능한한 은폐·축소하고 있다. 원도급자는 하도급자에게 산재를 공상처리하도록 강요하거나 자신이 공상처리한 후 하도급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기 일쑤다. 산재를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업체는 재해율 산정, 입찰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오히려 산재를 적극적으로 은폐·축소하는 업체가 상대적 이익을 보는 모순된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산재근로자나 하도급업체 뿐만아니라 원도급업체들로 현행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대한전문건설협회의 2003년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산재발생시 하도급자에게 공상처리 하도록 강요하거나, 원도급자가 공상처리후 비용을 하도급자에게 전가한 사례는 지난 1999년 34.8%에서 2002년 38.2%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2002년 노동부 의뢰로 강남대학교 한국사회복지연구소가 만든 ‘원·하청업체의 산재발생 실태 및 산재은폐 근절방안’에서도 현재 건설업체들의 산재은폐율은 50%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산재은폐 이유로 PQ심사시 불이익을 들었다. PQ심사의 재해율 평가제도에 대해서는 폐지 또는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88.8%나 차지했다.

산재사고 은폐로 인해 산재근로자는 충분한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해 산재보험제도의 본래 목적인 산재근로자 보호에도 역행하는 실정이다. 특히 중소하도급자는 공상처리에 소요되는 비용부담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러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산재사고예방을 위해 노력하되 무엇보다 현행 재해율제도부터 고쳐야 한다.일반건설업체들도 재해율 산정시 일반업체 재해근로자수 뿐만아니라 하도급업체의 재해자수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재해율 증가로 입찰과 시공능력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고있다며 재해율 산정방식과 입찰가·감점제도의 개선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현행 재해율제도로 인해 적법한 산재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산재근로자와 심각한 경영난을 안게되는 하도급업체의 어려움은 이제 끝내야 한다. 현행 제도는 폐지하고 가점제로만 전환하거나 업체의 재해예방 교육 및 안전시설물 설치비용 등 재해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안전관련 투자를 기준으로해 신인도를 평가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노동부는 재해예방이라는 명분으로 현행제도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가 집계하는 건설재해 통계는 중소하도급업체의 희생으로 얻어지는 엉터리 허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반건설업체에 대한 재해율 산정시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재해까지 포함하고 있는 방식을 고쳐 일반건설업체 소속 재해자수만을 대상으로 산정하는 방식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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