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재난과 부실시공 위험

골재 문제가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정부는 쉬쉬하며 고비를 넘기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서둘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골재파동을 넘어 또다시 부실시공 회오리에 휘말릴 우려가 크다. 벌써부터 골재난으로 아우성을 쳐야할 건설업계가 이상할 정도로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데 마치 태풍전야의 고요처럼 기분나쁜 적막이다. 왜인가. 정부도 그 이유를 알고 있고 건설업계나 레미콘업계도 물론 알고 있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모래가 어디서, 어떻게 공급되고 있을까.

지난해부터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폐기물을 받으면서 돈을 벌고 폐기물을 처리해 생긴 골재를 팔아 또 돈을 벌고 있다. 꿩먹고 알먹고 식의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인데, 소위 재생골재는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골재파동이 잠잠해져서 좋고, 폐기물 활용까지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부나 업계는 지금 시한폭탄 돌리기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골재가 부족하다고 해서 충분히 검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구조물에 마구잡이로 재생골재를 사용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너무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 제2의 성수대교, 제2의 삼풍백화점이 우려된다.

건설교통부와 산업자원부가 최근 합동으로 수도권 및 대전권의 레미콘공장과 현장을 점검한 결과, 각각 30곳 가운데 80%에 달하는 24곳씩 품질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레미콘공장의 품질 확인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 곧바로 증거를 없애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불시에 현장을 덮치지 않는한 불량레미콘 단속은 눈감고 아옹하는 격이다. 이번 건교부와 산자부의 단속은 충분히 예고된 상태에서 이뤄졌다. 단속에 착수하기 며칠전부터 언론을 통해 단속착수 예정임을 충분히 알렸다. 그런데도 80%에 이르는 업체의 품질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미루어 짐작컨데 거의 모든 업체의 품질관리가 심각한 불량으로 여겨진다.

총리실과 건교부, 환경부, 산자부 등 정부는 머리를 맞대고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운동에 밀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골재채취를 가능하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재생골재는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

구조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가 철근과 레미콘이다. 레미콘이 불량하다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 언제 내려앉을지 모르는 교량을 건설하고 있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레미콘업계는 지난 8월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닷모래 채취가 허가됐는데도 불구하고 수급 불안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고 공급이 제대로 안되다보니 모래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해결책은 정부가 찾아야 한다. 수도권에 공급될 해사 채취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하는 건 정부 책임이다. 수도권에는 지난 8월부터 한달넘게 연안 모래채취가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배타적경제수역 모래가 일부 반입되고 있으나 공급량이 부족한데다 질이 떨어져 업체들이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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