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중단된 천성산 터널공사

정부가 그동안 거부해온 천성산 고속철 터널 공사의 환경영향평가 공동재조사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은 지난 26일 정부 과천청사 환경부 장관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천성산 고속철 터널공사가 이 산의 동·식물을 포함해 고산습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대한지질공학회가 지난해 12월 고속철도공단 의뢰로 작성한 자연환경 정밀 조사 보고서 내용중 터널공사가 이 산의 습지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환경단체측이 이의를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의 입장은 조금 다르기는 하다. 이날 합의에 대해 환경부는 “사업자측 기존 조사결과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재조사를 하기로 한 건 아니다”라며 “환경단체가 사업자측 조사결과에 대해 자주 문제를 제기하는 만큼 실제로 문제가 있는지 검토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속철도 공단측이 환경부와 환경단체간 합의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은 미뤄 짐작이 간다.

환경부와 환경단체간 합의는 청와대가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박선숙 환경부차관은 지난 25일 청와대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온 지율 스님을 방문, 2가지 내용에 합의했다고 청와대가 공식발표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공사를 공사중지 여부를 다투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일시 중단한다는 것과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청화대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율스님을 지지해온 ‘도룡뇽 소송 시민행동’측은 “청와대 발표는 일방적인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가 안된다면 적어도 그에 준하는 재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26일 환경부와 환경단체간 합의는 결국 환경단체의 요구를 청와대가 수요한 셈이다.

금정산과 함께 불교 및 환경단체 등과 논란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구간인 천성산 구간은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2002년 착공 직후 공사가 중단됐으나 2003년 9월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거쳐 기존노선 강행방침이 최종 확정되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천성산터널 공사중단 사태는 누구보다 노무현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문수석이나 환경차관이 무릎을 꿇을 일도 아니고 환경장관이 마지못해 재조사에 합의하는 곤욕을 치를 일도 아니다.

노대통령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 백지화와 경부고속철 대안노선 검토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었다. 노대통령은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서울외곽순환도로는 공론조사에 부쳐 결정하겠다더니 공론조사는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했다. 노대통령 부부가 법정스님을 해인사에서 만나 북한산 관통로 문제에 대해 불교계의 이해와 양해를 구하고 나서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

천성산터널은 지난해 9월 정부가 “현재의 노선이 최적”이라며 “사업을 지연하면 연간 2조5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공사재개를 결정했으나 결국 또다시 중단되는 망신을 사고 있다. 사패산터널은 대통령부부가 양해를 구하더니 천성산터널엔 청와대 수석과 환경부차관이 커플을 이뤄 양해를 구한다며 무릎을 꿇었다. 대통령은 어디간건가. 해인사까지 내려간 대통령이 왜 집앞에 있는 스님은 만나지 않는지 궁금하다. 모든 게 답답하고 암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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