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결정안돼 차수공사 못해

롯데그룹 사업포기 검토

부산 영도다리가 ‘보존’과 ‘철거’를 두고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제2롯데월드 건설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부산시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현재 제2롯데월드 부지 외곽에 대한 토목공사를 마무리짓고 지난달 30일부터 바닷물 유입을 막는 차수공사에 들어가야하지만 영도다리의 철거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부산 중구 중앙동 옛 부산시청 부지에 들어설 제2롯데월드건설사업 자체를 완전 포기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영도다리를 철거하는 것을 전제로 건축설계를 했고 건축허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부산시는 보존과 철거를 두고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당초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영도다리를 보존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S자형 대체교량을 건설하기로 했으나 지난 2월 교통영향평가에서 교통사고 위험성과 교량 구조 안전성 등의 문제로 반려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영도다리를 철거해 직선다리를 건설하자니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히고 보존할 경우 대체교량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영도다리를 보존하면서 우회교량을 건설하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서울과 부산지역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하고 있으나 모두를 충족시키는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신규사업팀 관계자는 “차수공사를 마치면 본격적인 터파기 공사에 들어가는데 영도다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하루 수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며 “최근경기침체로 인해 투자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는데 부산 제2롯데월드사업이 완전 후순위로 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 제2롯데월드는 높이 465m에 지상 107층 지하 5층 연면적 47만2천869㎡ 규모로 2006년 8월 1단계로 백화점과 영화관이 오픈되고 2009년까지 호텔, 국제회의장등이 문을 열 예정이었다. 부산 영도다리의 ‘철거’와 ‘보존’을 둘러싼 지루한 논란이 이달 중 최종결론에 이를 전망이다.

부산시는 “8월 12일 영도다리 문제와 관련한 최종자문회의를 열어 철거 또는 보존여부와 그에 따른 대체교량 건설 방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진행된 자문회의에서는 대체로 현 영도다리를 그대로 보존하게 되면 중구 중앙동의 옛 시청부지에 들어설 제2롯데월드 건립에 따른 교통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철거후 새 다리를 건설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는 자문회의에서 철거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시정조정위원회나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방침을 결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 경우 그동안 영도다리 보존을 주장해온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부산시는 “영도다리로 인해 제2롯데월드의 공사가 중단될 처지에 있는 만큼 더 이상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철거와 보존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부산시는 2002년 10월 보존결정을 내리고 기존 영도다리 옆에 S자형의 새 다리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통행차량의 안전에 문제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재검토 작업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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