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분양가 문제 해법 - 이호웅 의원 건교위·열린우리당

절충안 뒷받침할
표준건축비 산정 등
세부항목 손질 시급

지난 7월 14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당정협의를 통해 지난하게 이어져왔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이 일단락됐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확정된 방안은 건설업계로부터도, 시민단체로부터도 심지어 건설교통부의 일부 관계자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건설업계는 그 간 시장원리의 훼손과 공급부족을 이유로 들며 원가공개를 강력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에 부분적이라 할지라도 원가공개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반발한다. 또 한편으로 경실련, 소시모 등 시민단체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분양가 폭등이 건설업체의 폭리에서 기인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전면적 원가공개를 통해 이러한 폭리를 방지하고 이로써 분양가 안정을 기하겠다는 의욕에서 운동을 전개해왔기 때문에 몇몇 항목에 국한된 부분적 원가공개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간의 분양원가 공개 논쟁은 분양시장의 정상화, 나아가 주택시장의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큰 틀에서 공개의 득실을 따지고 다른 제도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고려한다기보다는 마치 분양원가 공개만 이루어지면 분양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듯 혹은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시장질서가 무너질 것처럼 극단화되면서 분양원가 공개 여부에 대한 논의에만 매몰된 감이 없지 않았다.

주택시장이 비정상적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한다면 원가공개 찬반 양측의 주장을 수용하여 절충한 안에 대해 더 이상의 논쟁으로 시간을 끌기보다는 원가공개와 원가연동제가 분양가 안정이라는 목적에 봉사할 수 있도록 그 세부적인 내용들을 정립하는 데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를테면 원가연동제의 기준이 되는 표준건축비 산정의 문제, 원가가 공개될 세부항목의 선정과 공개 시점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특히 표준건축비의 경우, 비용을 현실화할 필요성에는 모두들 공감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비용이 현실을 반영하는가, 적정한 비용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각계의 입장이 상이한 것 또한 사실이다. 표준건축비가 높게 책정될 경우 분양가 인하의 효과는 감소할 것이고, 표준건축비가 낮게 책정될 경우 아파트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적정선의 표준건축비를 산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원가공개나 원가연동제가 본연의 역할을 다 해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다른 제도들을 함께 검토해 필요한 경우 시행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후분양제의 경우, 원가공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수적이지만 주택건설비용 충당 방안이나 주택보증방안 등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정책들이 함께 마련되기 이전에는 현실적으로 그 시행이 어렵다.

결국 주택시장에 있어서 하나의 정책을 변경 혹은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하고 관련된 정책과 제도 역시 적절히 손질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왜곡된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분양시장을 정비하기 위해 분양원가 일부 항목 공개와 원가연동제의 겸용방침이 정해졌다. 이것이 정부의 방침으로 정해진 이상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집행자의 의지와 추진력은 정책 성패의 주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다. 분양원가 공개와 원가연동제의 겸용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아 우리의 왜곡된 분양시장을 정비하고 나아가 주택시장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