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경관도로 15선’(10) 고성 자란마루길

◇상족암 해안 데크길

태고의 신비가 살아 숨 쉬고 있을 때 경남 고성은 공룡들의 놀이터였다. 고성 14개 읍면 가운데 10개 면에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을 정도로 공룡의 흔적이 가득하다.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해식동굴 그리고 점점이 뿌려놓은 섬들은 고성 드라이브 길의 매력이다.

고성의 대표 섬인 자란도를 바라보며 달리는 길인 자란마루길은 상족암군립공원부터 시작된다. 제전마을에서 해안데크길을 따라 퇴적암층을 감상하며 걸어도 좋고 반대편 덕명항에서 숲길을 따라 넘어가도 상족암 공룡발자국을 만나게 된다. 덕명항에서 유람선을 타면 원숭이바위-사량동굴-코끼리바위-병풍바위 등 상족암 일대 해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상족암 일대 바위는 풍화와 침식을 거듭해 마치 책을 쌓아 놓은 것처럼 층을 이루고 있다. 특히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해식동굴이 발달했는데 바다에서 보면 수직 절벽이 밥상다리 모양을 하고 있어 상족암(床足岩)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상족암에서 실바위까지 6km 구간에 수천 마리의 공룡발자국과 공룡알, 새발자국 화석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더불어 3대 공룡화석지로 손꼽힌다. 공룡이 살던 시기에 이 일대는 바다가 아니라 커다란 호수였다.

다시 바다를 벗하며 달리다 보면 예쁜 포구마을인 동화어촌체험마을에 닿게 된다. 마을 입구에는 조약돌로 만든 상징탑 4기가 서 있어 이방인을 맞이한다. 지형은 호리병 형태이며 정면에 사량도가 방패가 되어 바람을 막아 준다. 안전하게 배를 댈 수 있어 예로부터 군사요충지였다. 소을비포성은 세종실록에도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연륜이 깊다.

조선 초기에는 왜구의 침임을 막기 위한 군진이었으며, 임란 때는 이순신 장군의 보급기지 역할을 했다. 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펼쳐지는데 이때 바지락을 채취할 수 있다. 밤이면 낙지, 오도리(새우)를 잡는 횃불 체험도 인기다. 바다 위에는 해상콘도까지 있어 낚시를 즐기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동화어촌체험마을에서 하일면사무소까지 황홀한 드라이브 길이 이어진다. 점점이 뿌려진 듯한 섬을 감상하다 보면 도저히 가속기를 밟을 수 없다. 중간쯤 바다와 섬을 감상할 수 있도록 나무 벤치를 조성해 놓았다. 고슴도치 모양의 섬도 있고 그 너머로 통영이 아른거린다. 바다는 하얀 부표로 가득한데 이는 고성의 특산물인 가리비 양식장이다. 드라이브 길 마지막 4km 구간은 벚나무 가로수가 도열하고 있다. 송천마을은 갈대밭이 볼만하다. 흔들리는 갈대 사이로 그림 같은 섬이 아른거린다.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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