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주 기자
◇전범주 기자

서울 아파트 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더니 지난해 최고가에 육박한 매매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서울 강북 곳곳에서도 그간 묶여 있던 실수요가 터지면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반짝 반등일지, 대세전환일지 알 수 없으나 거래절벽 분위기는 확실히 바뀌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한가람건영아파트 전용면적 84㎡ 10층 매물은 지난달 14억8000만원에 거래돼 8개월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용산구 후암동의 브라운스톤남산 전용면적 166㎡도 지난달 23일 12억2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성사돼 최고가를 찍었다. 소형 주공아파트가 몰려 있는 노원구와 도봉구에서도 상계주공10단지 전용 59㎡가 4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창동주공2단지 41㎡는 4억1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최고점을 넘어섰다. 모두 최근 한 달새 거래된 아파트들이다.

이런 강북의 신고가 경신 행진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반등의 결과물이다. 강남이 치고 나가면 강북도 키를 맞추는 지난해 급등장의 데자뷰 격이다.

한동안 꽉 막혀 있던 서울 아파트 거래가 터지면서 가격도 반등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재야고수의 해석이 눈길을 끈다. 정치권력이 억지로 눌러놨던 서울 집값이 시간이 지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요지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턴트의 국내법인 대표 A씨는 “하반기가 되면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당이 내년 총선서 패배한다면 부동산 규제 정책도 오래 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시장은 귀신 같아서 이런 판단 하에 지금까지 눌려 있던 서울 요지 주택을 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미 나오고 있다. 이런 시장의 목소리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때 서울 집값은 오르고, 또 서울 집값을 잡겠다던 정부와 집권당에 큰 부담이 될 거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 경제상황을 볼 때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가격이 오르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 중국에 비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낮고 일자리 성장속도는 더디며 체감경기도 바닥이다. 그럼에도 화폐단위를 줄이는 리디노미네이션 같은 황당한 이유를 들이대며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것은 현 정부의 살아있는 권력이 집값을 억지로 누르고 있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이번 정부가 타깃으로 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이 다시 반등하면서 서울 집값 전체가 들썩이는 대목도 정치가 부동산 가격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결국 부동산정책은 (중략) 그 자체가 정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이슈를 시장 메커니즘이 아닌 정치로 풀어내겠다는 의지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시장과 총력전을 벌인 이번 정부가 이제 중간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점점 경제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차례 강력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서울 집값이 반등하더라도 더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하지도 않다. 이번 정부가 막판 부동산 시장에선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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